의료기관·지역센터서 입·퇴원 판정시 및 업무지원시 혼란 잇따라
추가진단전문의 대거 확보 등 중장기 개선책 마련 절실...정부 제도 개선 불가피

강제입원의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인권을 위한다는 취지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지 100일 가량 됐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원칙보다 예외가 난무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주최하고 정신건강관련 21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관한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포럼'에 참석한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박성혁 학술이사는 “추가진단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심사기구가 필요하지만 공공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260개의 지정진단의료기관 중 2/3이상이 민간병원서 담당하고 별도로 추가진단전문의를 선별, 교육하는 과정이 없어 적절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박성혁 학술이사

박 이사는 “진단기관은 보건소가 매칭하고 있고 민간병원간 담합이나 대가성 청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이다보니 환자인권과 관련해 법적 처벌을 받을 단계에 있는 기관조차 진단기관에 소속돼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비자의입원시 추가진단제도는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민간의료기관에 상당수 의지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다른 기관에서의 추가진단’이라는 원칙보다 자체진단하는 비율이 60~70%에 달하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6월 한달간 발생한 강제입원 심사건수 2만5,991건 중 자체진단은 1만5,276건으로 전체 58.8%에 달했으며, 입원 연장심사건수도 2만438건 중 자체진단이 1만4,660건으로 71.7%나 됐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자체진단은 예외조항임에도 본말이 전도돼 60~70%가 본건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 이는 예외조항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 실패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업무지시와 협조요청, 허덕이는 지역정신건강센터

일선 지자체에도 법 개정으로 인한 혼란이 적지않다. 기관과의 업무협조, 대책마련 등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인적, 재정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윤미경 부센터장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윤미경 부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수많은 공문과 문서가 오가고 있다. 8월 1일자로는 정신건강종합대책에 따른 지자체 추진실적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개정법과 달리 기존의 32개 세부과제를 그대로 제시하고 있었을 뿐 알코올중독에 대한 내용은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윤미경 부센터장은 “개정정신보건법 관련 예산도 복지부 추경 8,649억원 중 치매국가책임제가 2,023억원인데 비해 정신보건산업은 20억이 전부였고, 인력도 370명 증원에 그쳤다”면서 “복지부는 지자체 예산을 매칭해 확보하라고 하고 있어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강제입원요건 강화로 인한 경찰, 소방 등 관련단체와의 간담회 요구, 솔루션팀 구성 요청 등이 쏟아지고 있으며, 사각지대인 응급입원 지원요청도 늘었다는 게 윤 부센터장의 지적이다.

윤 부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야간근무를 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응급입원이 많이 발생하는 심야시간의 지원요청이 있어 위기대응팀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그외에 초등대응의 합의 문제, 자립이 어렵거나 가족관계가 단절돼 퇴원시 거주문제가 있는 경우의 대안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봉직의협회는 추가진단전문의를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사법적 혹은 준사법적 입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성혁 이사는 “무엇보다 공적 영역에서 추가진단전문의의 대대적으로 늘리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별해야 하며, 사법입원 도입 이전에 과도기적으로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손실되기 전에 입원동의를 받는 (가칭)선행동의입원제도를 도입하고, 경찰과 119의 환자이송을 의무화하는 환자의무이송제도, 국가 및 공무기관이 민사사항을 검토해 보호의무자 확인증을 발급하는 보호의무자확인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미경 부센터장은 “입퇴원환자의 안정적인 주거마련을 위해 LH와 협의해 주택을 확보하는 대안이 필요하고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중점사례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이어져 탈원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법을 만들었고 시행하고자 한다면 누가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 등을 지자체나 민간의 책무로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차원의 책임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추가진단전문의 인력 확충, 후견인제도 등 제도 설계 다시해야

이외에도 정신건강서비스를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하거나 탈시설 전환지원, 후견인제도 활성화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기존의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뿐만 아니라 서비스제공을 위한 인력확충이 더 필요하며 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사례관리를 위해 위기시 응급대응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신의료기관과 지역간의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탈시설전환지원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하며, 한국형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이만우 팀장은 “결론적으로 입법 개선사항은 별로 없다”면서 “후견인제도는 하면되고 추가진단제도도 복지부가 제도적 설계를 다시하면된다. 이렇게 쉽게 풀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만우 팀장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법입원도 입원시에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통해 치료접근성을 높이되, 퇴원시 준사법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진단제도는 제도 설계가 이상하게 된 만큼 전담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돈을 줄 생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행정부의 지침이나 규칙 정리를 통해 교차진단 제도 설계부터 제대로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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