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7월말 시범사업 앞두고 모델 공개…의료기관 “어떤 서비스 제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가 7월말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말기환자 자문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시범사업’ 모델이 공개됐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복지부 계획대로라면 당장 6월 12일부터 시범사업 기관을 모집해야 하는데 아직 수가도 제대로 책정되지 않아 준비미흡이 도마에 올랐다.

복지부는 29일 세브란스빌딩 대강당에서 말기환자 자문형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 모델 설명회를 개최했다.

자문형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급성기 병동에서 진료를 받는 말기환자에게 담당의사 외 자문형 호스피스팀이 제공하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말한다.

의료기관의 자문형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공은 오는 8월 4일 시행 예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문형 호스피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말기환자와 가족에게 직접 제공되는 교육과 상담 외 의료기관 내 의료진 대상 완화의료 교육과 프로토콜 개발 등으로 기관 내 완화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활동’도 포함된다.

자문형 호스피스 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담당 전문의 1인 이상(가정형, 입원형과 겸임할 경우 2인 이상) ▲전담 간호사(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종양전문간호사, 호스피스 전무닉관 2년 이상 종사) 1명 이상 ▲사회복지사 1급 1인 이상(겸임 가능)을 필수 인력으로 갖춰야 한다.

시설 및 장비의 경우 ▲입원실 1개 이상, 상담실 1개 이상, 외래 1개 이상을 갖춰야 하고 ▲필수 인력 외 호스피스팀 지원인력으로 영적돌봄제공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할 수 있다.

자문형 호스피스를 운영하고자 하는 기관은 말기환자와 가족에게 자문형 호스피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관 내 담당조직을 갖춰야 하고 자문형 호스피스 팀 회의를 주 1회 이상 운영해야 한다.

서비스 대상자는 ▲암 ▲AIDS ▲COPD ▲LC 환자 중 각 질환별 말기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다.

이들에게 ▲신체증상관리 자문 ▲심리사회적, 영적지지 ▲사전돌봄계획 상담 지원 ▲자원 연계, 경제적 지원 ▲의료진 교육, 원내 지침 개발 ▲임종준비교육 및 돌봄 지원 ▲호스피스 입원 연계 ▲재가서비스 연계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서는 시범사업에 적용되는 수가를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책정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누가, 어떤 서비스 제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설명회를 찾은 전문가와 일선 의료기관 호스피스 담당자들은 복지부의 설명이 끝난 후 한목소리로 ‘어떤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김대균 센터장은 시범사업을 위해 준비할 사항이 많은 상황에서 수가 책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시범사업 수가가 빨리 정해져야 구체적인 운영 방향 등을 세울 수 있다”며 “암환자의 경우 비교적 계획을 세우기 용이하지만 비암환자의 경우 초기평가부터 케어플랜 세우기까지 뭘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생각보다 준비할 내용이 많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야 하는 시점에 맞추다 보니 시간에 쫓겨 시범사업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시작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자문형 호스피스가 아닌 다른 모습이 되는 것 아닌지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센터장은 “시범사업 모델에 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아직도 의사로서 뭘 해야 하는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최혜진 교수는 시범사업이 너무 임종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시범사업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호스피스가 필요한 환자들이) 초기에 설명을 더 잘 듣고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기대했는데, 모델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말기암 외) 비암성 질환도 포함되면서 너무 임종 중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비암성질환의 경우 말기 진단 기준이 사망 일주일 전 정도인데, 때문에 시범사업이 너무 임종 중심이 됐다”며 “이런 상황이면 3차 의료기관 임종환자 정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양윤정 종양전문간호사는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하면 담당 의사와 코디네이터가 하루에 환자를 몇명 정도 봐야 하는지 최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설명회를 찾은 일선 의료기관 호스피스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자문형 호스피스서비스가 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을 호소했다.

복지부, 6월 12일 대상기관 모집…7월말 시범사업 시작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기관 관계자들이 자문형 호스피스에 대해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6월 12일 시범사업 대상기관 모집 후 7월말 시범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6월 9일 시범사업 참여를 원하는 기관 대상 설명회를 한차례 더 개최한 후 12일부터 21일까지 모집공고를 내 시범사업 대상기관을 선정하고 7월말 시작할 것”이라며 “설명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보완해 시범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비암성 질환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잘 알 고 있다”며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 모델을 만들었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에 적용해 본 후 모델을 보완할 것이다. 일선 기관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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