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졸업자 맹호영 씨 페이스북 항의문 통해 정부 비판
“생명 떠난 신체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 배우는 중요한 과정”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해부학 실습에 필요한 ‘카데바’(Cadaver) 부족 시 의대 간 공유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대 시신 기증을 서약한 가족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현재 기증 카데바는 기증자가 병원에 기증 의사를 밝히면 해당 병원에서만 활용 가능하지만 향후 병원 간 칸막이를 제거해 카데바 부족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데바는 환자와 보호자의 기증만으로 수급이 가능하다.

지난 1998년도 연세의대 졸업자라고 밝힌 맹호영 씨는 29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항의문을 통해 자신과 부모님의 시신을 사후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연세의대에 기증하기로 서약 했지만 “정부의 너무나 잘못된 개념에 어디서부터 말씀을 시작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맹 씨는 “해부학 실습 외에도 많은 연구를 하는데 필요한 시신이지만 모든 의대생은 본과에서 첫 학년에 반드시 해부학을 이수해야만 다른 과목을 들을 자격이 주어진다”며 “해부학 실습실에서는 환한 웃음이나 농담도 음식이나 음료도 금지되고 이를 어길 때는 심각한 처벌을 바든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맹 씨는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기증해 주신 분들과 이를 허락해 준 가족들 없이는 의사가 되는 교육의 첫 단추를 꿸 수 없기 때문에 해부학은 단순히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자리기도 하다”고 했다.

맹 씨는 “해부학은 (의학 공부를) 갓 시작한 의대생들에게 생명이 떠난 고인의 몸을 통해 배우며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두려움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며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는 ‘남는’ 혹은 ‘공유’라는 표현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비판했다.

맹 씨는 “단순히 수가 부족하면 ‘수입’해 숫자를 채우면 된다는 몰이해에 대한 실망과 과연 이런 분들이 의학교육과 수련에 대한 정책에 얼마나 신중한지 알 수 없어 암담할 뿐”이라며 “(박민수 차관) 본인이나 가족은 단 한 분이라도 의학교육을 위해 시신 기증 서약은 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맹 씨는 “전국 모든 의대가 기증된 시신이 부족해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신 기증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고 감사히 여기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표현을 하는 어떤 사람이나 정부 부처는 경험도 애정도 없는 의학교육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맹호영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항의문(자료출처: 맹호영 씨 페이스북).
맹호영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항의문(자료출처: 맹호영 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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