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 이동건 이사장 인터뷰②]
항생제 스튜어드십 정착과 다양한 신약 조기 도입 강조
"의료인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 및 관리 인력 충원 필요"

우리나라는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대응을 잘한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에 감염병 현장에서 온 몸을 던져 희생을 자처한 의료진의 노고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감염내과 의료진은 국민의 안전을 사수하고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며, 전장의 선봉에서 감염 관리 정책을 진두지휘한 일등공신 중 하나다. 그러면서 전국민에서 감염 분야는 '필수의료'으로 각인됐다. 하지만 최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는 여전히 감염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잖다고 지적한다. 이동건 이사장에게 그 이유를 2회에 걸쳐 들었다.

대한감염학회가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기간 진행해 온 사업이 있다. 바로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투약, 치료 기간 및 투여 경로를 포함한 최적의 항생제 사용을 증진함으로써,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동건 이사장은 새로운 임기의 시작을 알리며,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정착과 다제내성균 감염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들의 조기 도입에 힘쓰겠다고 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통해 항생제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 그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을 내성 환자 치료를 위한 다양한 신약 도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개원가에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소송 등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한 의료인의 보호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기간 동안 크게 늘어난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서는 관리 인력의 충원은 물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이동건 이사장(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대한감염학회 이동건 이사장(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국내 항생제 사용 현황은.

Infection & chemotherapy 올해 6월호에 10년간의 국민의약품지출동향을 제시한 논문이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10년간 항생제에 들어간 비용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 보면 항생제 사용을 잘 컨트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항생제 매출의 70~80%가 개원가에서 쓰는 항생제 알약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감기 환자에게 쓰는 항생제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개원의가 항생제를 쓰는 이유는 소송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감기 환자인 줄 알았는데 대학병원에서 폐렴으로 확인될 경우가 있다. 정부는 항생제를 쓰지 말라고만 하지, 정작 이런 경우 소송을 당하면 의사를 보호하지 않는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환자들의 병원 접근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항생제 사용량이 높을 수밖에 없다.

중증 환자에게 쓰는 항생제 비용도 최근 5년 사이 거의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변동이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 및 암 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환자들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오래 살게 됐다. 이런 분들은 돌아가시기 직전 폐렴이 생겨 대형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때 항생제 내성균을 몸에 갖고 들어오게 된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빈번하게 항생제에 노출되고 항생제 내성균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 내성균이 있다고 바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항암치료 등으로 환자의 면역력이 낮아지면 내재돼 있던 내성균으로 인해 감염이 생기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한 항생제 사용이 늘고 있다.

특히 '카바페넴'과 같은 항생제의 영향이 최근 10년 사이 2~3배 늘었다. 대표적인 카바페넴계 항생제로는 '이미페넴', '메로페넴'이 있는데, 이것들은 전공의 때부터 쓰던 약이다. 사용한 지 25~30년이 넘었다. 30년간 약을 바꾸지 않고 쓰면 내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내성균에 쓸 수 있는 약이 개발돼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약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카바페넴계 항생제 다음으로 '콜리스틴'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 콜리스틴은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에 흔히 사용했으나, 독성이 강해 쓰면 안된다고 막은 약이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약이 없으니 어쩌겠나. 하는 수 없이 콜리스틴을 꺼내 써도 독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들이 나빠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다양한 항생제를 들여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10여 년 전 2020년까지 새로운 항생제를 10개 만들겠다는 '20 X 1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감염학회가 국립보건원(NIH)과 협업해 전세계 제약회사들에게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약들 중에 현재 국내에서 보험급여를 인정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저박사' 정도에 불과하다.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려면 정부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절한 항생제를 빨리 들여와 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항생제 내성은 태초부터 있었다. 일반인들이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는 푸른 곰팡이라 불리는 '페니실리움'에서 왔는데, 이것은 애초에 흙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항생제의 3분의 2는 흙으로부터 왔다. 때문에 흙을 먹고 자라는 생물들은 애초에 항생제 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태초에 내성은 있고, 그 내성을 관리하려면 항생제를 적절하게 쓸 수밖에 없다. 원인균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항생제를 바꾸거나 상태가 좋아지면 빨리 약을 끊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경험적으로 쓴 항생제가 환자에게 잘 맞으면 약을 바꾸지 않는다. 교과서에서는 폐렴이 의심되면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쓰고, 추가 검사를 통해 균이 나오는 감수성을 보고, 그 결과에 맞춰 가장 저렴하고 다른 균을 건드리지 않는 좁은 범위의 약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필요한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 필요한 항생제를 적절한 기간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면 항생제 내성은 안 생긴다.

또한 적절한 항생제를 적정량으로 사용하게 하게끔 만들면, 항생제 사용량은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렇게 확보된 돈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들여와 내성이 생긴 사람에게 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어차피 항생제의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20 X 10'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항생제는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존의 싼 약과 비교하려고만 하면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들여오지 않을 것이고, 시간만 점점 점점 지체될 뿐이다. 저박사도 들여온 지 5년이 돼서야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작년에 경제성 평가를 면제받으며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정부는 효과에서 우월성을 발휘하는 더 나은 항생제를 바라는데, 그런 약은 신약 10개를 개발하면 하나 있을까 말까 한다.

-저박사 급여 이후 실제 항생제 처방 패턴이 변화했는지.

저박사의 사용은 콜리스틴 사용 감소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저박사뿐만 아니라 다제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항생제가 같이 도입돼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환자의 패혈증 원인이 되는 '녹농균'이 다제내성균인 경우가 20~30%에 불과하다. 대신 본원에서 콜리스틴 사용의 주 원인이 되는 것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인데, 이 경우 약 70~80%가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약들이 절실하다. 이런 다양한 약들이 들어오면 콜리스틴의 사용도 크게 줄 것이다.

저박사에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접근성은 훨씬 좋아졌다. 어차피 저박사와 같은 약은 급여가 된다고 막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니다. 일례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저박사는 '제한 항생제'로 관리돼 감염내과 의사가 허락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중 하나가 제한 항생제를 컨트롤하는 집단이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대형병원에는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춰져 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현재 개원가에도 정착돼 있나.

이미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만든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개원가에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정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편도선 수술 시 항생제를 얼마나 써야 할 것 같은가? 정답은 안 써도 된다. 편도선염일 때는 항생제를 쓰지만, 편도선 수술 시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치료를 통해 염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병원이 편도선 수술 환자에게 1~2주간 항생제를 처방한다. 항생제를 안 줬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의사들은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편도선 수술 후 감염이 생긴 경우는 1%밖에 되지 않으니 편도선 수술에 항생제를 쓰지 말라'고 하면, 그들은 당장 '1%밖에 안된다고 하지 말고, 1%나 된다고 생각하라'며 반박할 것이다. 보호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지시한 대로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했는데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나라가 책임진다는 확신을 의사들에게 줘야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제대로 진행될 것이다.

사실 정부의 항생제 관리에는 큰 구멍이 존재한다. 혹시 농축산업, 양어장에도 항생제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사람에게는 아플 때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동물에게 항생제는 성장인자(growth factor)로 쓰인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소가 150 kg이라고 한다면, 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주면 200 kg이 된다. 축산업자 입장에서는 수입에 영향을 주니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를 쓰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 몸에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때문에 항생제를 직접 먹지 않은 사람에게도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최근 1년 사이 항생제를 먹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항생제 내성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는 항생제를 먹지 않았지만, 아이가 먹었던 고기에 항생제가 들어 있어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항생제 내성이 모두 의사의 잘못된 처방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항생제 내성의 주범은 결국 사람 자체인 것이다.

-항생제 내성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몇 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감염내과 의사들이 환영을 받았다면, 최근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병원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감염내과 의사는 병원의 이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입장이다. 병원은 100만원짜리 항생제를 쓰는 의사와 10만원짜리 항생제를 쓰는 의사 중 전자가 일을 잘한다고 판단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감염내과 의사들이 제 일을 하지 않고 비싼 항생제를 쓰게 놔두는 것이 이득이고,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항생제 사용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제한 항생제를 사용할 시, 그 수익을 감염내과에게 주는 것이다.(웃음)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약사, 간호사, 행정 인력의 충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행위별 수가제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병원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데, 적은 인원의 감염내과 의사들로는 각종 항생제를 쓰는 사람들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감염내과 의사들이 모두 코로나 대응에 전념하느라 입원 및 암 환자의 항생제 사용 관리가 어려워 항생제 내성이 크게 늘었다. 이를 다시 되돌리려면 충분한 인력이 필요한데, 감염내과 의사는 점점 줄고 있어 힘든 상황이다. 한 번 늘어난 항생제 내성을 다시 줄이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