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당 신현영 의원, 복지위원으로 4년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부작용 더 클 게 명백"
한의대 정원 줄여 의대로…"의료일원화 기회"

의료계 오랜 숙원이었던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 재원을 정부가 100% 부담하게 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 최근에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국가보상제를 중대한 소아 의료사고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입법 추진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중심에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한 이래로 신 의원은 입법 현장에서 ‘의사’라는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과 필수의료 붕괴 등 굵직한 의료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신 의원의 정책 입안은 예리했다.

응급의료종사자가 시행한 응급의료행위에 대해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면제하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응급의료법 개정안)’과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인력 운용을 위한 공공임상교수요원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한 ‘국립대병원 설치법 개정안’, 필수의료 전문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전공의와 시니어 의사를 지원하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법’(제정안) 등 정책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신 의원은 최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지역 출신 의대생이 의사 면허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지역에 남아 지역 의료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교한 의사 양성’ 정책 추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중 하나로 ‘의료일원화’ 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신 의원을 만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방향과 그 가운데 의료일원화 논의가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의·한방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사진제공: 신현영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의·한방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사진제공: 신현영 의원실).

-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증원 규모나 배정 방식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의대 40곳에 대한 정원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발표를 하려다 갑자기 멈췄다. 그만큼 설익었다는 의미다. 잘 숙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자꾸만 스텝이 꼬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방식은 과학적 근거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는 맞지 않는 낙후된 방식의 인기 영합주의 정책이다. 이는 결코 의사 정원 확대나 필수의료 붕괴, 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성공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이슈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인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카드로 들고 나온 게 명확하다. 이런 식으로 좌충우돌 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만 하면 원하는 필수의료로서 의료인력 확보는 못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 의료과잉,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만 양산하는 부작용이 더 클 거라는 게 명백하다.

- 최근 민주당도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TF 위원인데 민주당 방향은 어떤가.

지금 윤 정부에서는 장기 대책만 얘기하고 있다. 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 등 10년 이후 (인력이 배출되는) 장기적인 대책이 아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단기 대책에 집중해 제안할 계획이다. 공공임상교수제,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 등 지역 대학병원에서 취약지로 파견하며 중복근무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시니어 의사 등 정책들을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함께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방안들이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소청과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안과 착한 사마리아인법 등이 우선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으로 한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의료일원화 논의 시작은 지금이 타이밍일 수 있다. 의료 인력에 대해 논의되고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국 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의대 정원만 조금 건드린다거나 일부 수가를 조금 더 준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는다. 근본적인 체계 개선이 필요한데 그간 고질적으로 불필요한 소모전이 이어졌던 의·한방 갈등을 같이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 정책들이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한의대 정원 조정도 이번 기회에 같이 검토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까지 같이 논의해 봤으면 한다. 지금 대한한의사협회도 한의대 정원 축소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면 한의대에서 일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의료교육 일원화를 구현할 수 있는 시기다.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여론이 수렴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려운 문제지만 같이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시기이기에 누군가 이런 부분에 총대 메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한의협은 의대와 한의대가 함께 있는 대학의 한의대 정원을 줄여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그동안 의·한방 협진을 통해 통합하거나 상생하려는 정부 노력은 있었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와 한의대 교육 커리큘럼을 보면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한의대에서도 현대의학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의학을 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고 본다.

이에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있는 대학 5곳인 경희대, 동국대, 원광대, 부산대, 가천대를 대상으로 실제 한의대 정원을 일부 줄여 의대로 가져가는 방안에 대해 의대와 한의대 각각의 의견을 모두 물어볼 예정이다. 각 대학의 의견과 커리큘럼에 대한 기초 조사가 우선 필요하다.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수렴을 하고 교육 커리큘럼부터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야된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 내에서도 의대와 한의대 간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니라 실제로 당사자들이 의료일원화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추진하고자 한다. 국정감사 이후 의료일원화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한의계와 의료계 모두에서 오고 있다. 이럴 때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정부도 함께 움직여 여론이 형성되는데 아직까지는 정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의료일원화에 대한 질의에 긍정 답변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 의료일원화는 쉽지 않은 과제다. 대한의사협회 전임 집행부에서도 한의계와 논의를 통해 합의안까지 마련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의료일원화 첫 발을 떼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이전 의료일원화 추진 당시엔 당사자들이 절실하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의료일원화 방식에 대해 서로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고 이해한다. 의협 대변인으로 있을 때도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여러 갈등사안이 있었고 집회나 투쟁을 하며 소모전을 했다. 그런데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여러 판결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한의사 사용을) 제한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다.

때문에 포용하고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의·한방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본다. 지금은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절박해졌다고 생각한다. 한의계도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고민, 의료계도 불필요한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현명하게 테이블을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 지속적으로 국회가 의료일원화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국민을 설득하면 정부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호 존중하는 관용을 베풀면서 소통할 수 있는 때가 올 거라고 믿는다.

- 21대 국회의원 임기 막바지에 이르렀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기억에 남는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의료계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보였던 것 같다. 이에 국회 복지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도 ‘0원’이었던 시니어 의사제 예산을 확보했고 산부인과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보상 한도 증액 예산도 확보할 수 있었다.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지역의료가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역할을 하는 게 4년의 마무리를 하는 비례의원으로서의 소명이다.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정책보다는 표에 집착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비례대표로서 선거에 영향 받지 않고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남은 6개월을 보내려고 한다.

- 그간의 소회도 궁금하다.

간호법이나 수술실 CCTV, 의료계 파업 사태 등 갈등 상황에서 민주당과 의료계가 소원해지지 않도록 중재 노력을 많이 했다. 보이는 성과는 아니지만 민주당 내 소통이 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료계에도 큰 힘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민감한 정책적인 굴곡들이 있을 때마다 서로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역할을 하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의료계와 정책적으로 연대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국회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 중 유일한 의사였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 의견을 내도 소수 의견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의 중요한 시점에 22대 국회에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와서 같이 손바닥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좋은 정책들이 만들어지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노력하고자 한다.

총선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보건의료 전문성을 계속 어필하고 미래 의료를 제시할 수 있는 선거 정책이 나와야 국민 지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 담론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전문성 있는 정치인으로서 끝까지 노력하면서 다음을 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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