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대표 “비과학·반지성적 태도가 의료 왜곡”

'왕의 DNA, 극우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진 연구소 인터넷 카페 홈페이지와 연구소장 B씨가 개발했다는 두뇌구분법(출처: 연구소 인터넷 카페와 인스타그램).
'왕의 DNA, 극우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진 연구소 인터넷 카페 홈페이지와 연구소장 B씨가 개발했다는 두뇌구분법(출처: 연구소 인터넷 카페와 인스타그램).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이 있은 지 7년 만에 ‘새로운 안아키’ 논란이 일었다. 이른 바 ‘왕의 DNA’ 사건이다. 비의료인이 소장으로 있는 A연구소는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상담만으로 자폐와 ADHD, 틱을 치료한다며 '왕의 DNA', '극우뇌'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두 사건 사이에는 건강서적 〈환자혁명〉이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로 논란이 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면서 번역가인 꿈꿀자유·서울의학서적 강병철 대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과학적 시각이 결여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지난 28일 한겨레에 기고한 ‘왕의 DNA 사건은 왜 일어났나’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과학적, 반지성적 태도는 의료를 크게 왜곡시켰고 이제 교육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강 대표는 ‘왕의 DNA 사건이 “자폐, 틱장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어린이를 약물 없이 완치한다고 주장해 절박한 부모들을 착취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관기관들은 피해자가 없다면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자폐는 빨리 발견할수록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조기 진단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라며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기 위해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자폐를 비롯해 어린이 발달장애와 정신과적 문제는 우선 소청과 의사가 진단한다. 물론 필요하면 소아정신과에 의뢰하지만 소아정신과 의사를 만나기 전에 바로 치료를 시작한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국도 소청과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감기든, 예방접종이든, 영유아 검진이든 소청과를 찾을 일은 너무나 많다. 그 자리에서 자폐나 ADHD를 바로 진단받고 대책을 세우면 어떨까”라며 “진단을 받은 뒤에도 아이 상태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어떤 치료가 더 필요하고, 무엇이 도움되지 않는지 판단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모들이 어찌할 바 모르다 상업적인 사이비에 속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청과가 구심점이 되어 소아정신과 의사와 소통한다면 ‘정신과에 다닌다’는 낙인도 피할 수 있다”며 “제도를 고쳐 소청과 의사의 교육을 강화해 어린이 발달, 행동, 정신적 문제에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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