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모에 11명 입후보 '역대 최다'
'대통령 의중이 향배 가른다' 전망도
"필수의료·헬스케어 이끌 적임자여야"

최종 후보자 전원 반려로 다시 시작된 서울대병원장 재공모에 11명이 입후보하면서 대통령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 후보자 전원 반려로 다시 시작된 서울대병원장 재공모에 11명이 입후보하면서 대통령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 후보자 전원 반려로 다시 시작된 서울대병원장 공모에 역대 최다인 11명이 입후보했다. 대통령실이 추천자를 모두 반려하면서 초유의 재선출 절차를 밟는 만큼 '윤심(尹心)'이 당선자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31일 마감한 제19대 원장 후보자 공개모집에 최종적으로 11명이 지원했다. 서울대병원이사회는 공식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먼저 지난해 8월 병원이사회 추천으로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가 고배를 마신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가 재도전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한호성 교수도 다시 입후보했다.

이번 재공모에 병원 보직자들도 대거 출마했다. 김병관 진료부원장(소화기내과),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재활의학과), 박경우 강남센터원장(순환기내과)이 출사표를 던졌다. 방문석 국립교통재활병원장(소아재활의학과)도 도전장을 냈다. 첫 번째 공모에서 최종 후보자였으나 낙마한 정승용 보라매병원장(외과)은 다시 출마하지 않았다.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도 2명이 새로 입후보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인 김경환 교수와 김영태 교수다. 류마티스내과 이은봉 교수도 차기 원장에 도전한다. 지난 18대 원장 선거에서 김연수 원장과 경쟁했던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조 교수는 19대 원장 첫번째 공모에는 나서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이사회는 이달 내 최종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한다는 방침이다. 원장 선출 절차가 밀리면서 지난해 5월 임기를 마친 김연수 원장이 9개월째 후임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차기 원장 선출이 늦어진 만큼 병원이사회가 바로 검증 절차에 착수해 최종 후보자 선출까지 빠르게 마무리할 계획으로 안다"면서 "이번 달에 교육부 추천을 마치면 이르면 3월에 장관 제청을 거쳐 새 원장이 확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새 인물 대거 출마…병원이사회 선택보다는 '윤심'?

기존 후보 재도전 위주가 될 거라는 예측이 깨지면서 새로 도전한 인물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이해도가 높고 분원 출신 원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은봉 교수도 인물론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이런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종 후보자 '반려' 카드가 유효해진 만큼 병원 구성원 '민심'이나 병원이사회 선택보다 대통령 의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병원이사회가 '윤심'을 얼마나 헤아리느냐가 관건이라고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지명해 내려보낸 후보가 존재한다는 내정설까지 돌았다. 후보자들은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 후보자는 "내정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도 "병원이사회가 서류 심사와 면접으로 후보자를 선정하는데 '○○라인', '대통령 마음', '정치적 선택'이란 말이 횡행한다. 직선제 자유투표가 아닌 서울대병원장 선출 시스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병원 교수 역시 "지난 번에는 서울의대교수협의회가 주관해 후보자 정견발표회를 진행하고 병원 구성원 의견을 표출할 기회가 있었다. 비록 직선제에 한참 못 미쳐도 의미 있었다. 대통령실 반려로 재공모에 들어가면서 그런 과정이 모두 생략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대병원 교수는 "대통령실이 (최종 후보자 전원 반려로) 병원 구성원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떠도는 내정설도 대통령실이 자초한 면이 크다"면서 "진위와 관계없이 이번에 선출된 원장은 '내정자' 꼬리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수의료·디지털 헬스케어…의료계 화두 반영될지 관심

의료계 최대 현안인 '필수의료 살리기'가 서울대병원장 선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과계열 교수 4명이 새로 출사표를 냈고 외과 한호성 교수도 다시 한번 도전한다. 2명이 입후보한 심장혈관흉부외과가 4·5대 원장을 지낸 이영균 교수 이후 40년 만에 시계탑 주인을 배출할지도 관심사다.

흉부외과장으로 이번 원장 재공모에 입후보한 김경환 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이 필수의료 위기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때다. 이번 공모에도 필수의료라는 화두가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흉부외과 의사로서 일명 '기피과'로 불리는 필수의료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역할이 커지면서 "의료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T)을 접목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정보화실장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대한민국 의료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위해서는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시스템 고도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면서 "데이터 중요성을 이해하고 과감하게 활용할 줄 아는 인사가 차기 원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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