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후보자 5인 병원 현안 소신 밝혀
서울대병원 '위기' 극복 적임자 자신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 "유능한 이들이 떠나고 있다", "일체감이 사라졌다", "위기다".

동료 교수 앞에 선 서울대병원장 후보자들 목소리에 '위기감'이 어렸다. '소통', '변화', '역량 강화'도 자주 거론됐다. 앞으로 3년, 이 '위기의 서울대병원'을 이끌 새 사령탑은 누가 될까.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후보자 정견발표회 영상을 4일 오후 공개했다. 서울대병원장 후보자가 원장 추천권을 가진 병원이사회가 아니라 동료 교직원에게 직접 운영 청사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보자들은 병원 내 위기의식에 공감하면서 이를 해결할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서울대병원 박재현 교수, 권준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 보라매병원 정승용 교수, 서울대병원 김용진 교수.
(사진 왼쪽부터)서울대병원 박재현 교수, 권준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 보라매병원 정승용 교수, 서울대병원 김용진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국내 '빅5'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명확한 미래 비전과 실천 계획이 부족하다. 소통보다 일방적인 지시로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서울대병원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병원 문화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순환기내과 김용진 교수도 "(지금의) 서울대병원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한다고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 능력 있는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며 "과거의 성공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서울대병원다운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출마한 외과 한호성 교수는 ‘서울대병원 그룹’ 간 시너지 부재를 문제로 지목하고 의료원 체제 도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 교수는 “많은 교수가 서울대병원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병원 그룹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장이 되면 의료원 제도 도입을 고려하겠다”면서 “서울대와도 지속적으로 논의해서 각 병원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은 또한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공공의료와 미래의료를 이끌어가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진료 역량 강화와 병원 내 공간 부족 문제 해결도 공통 '공약'이었다. 병원 주도 디지털 헬스케어도 빠지지 않았다.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는 원격의료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아직 법적 제약이 있지만 언젠가 갈 길이다. 전면 시행에 대비하겠다"면서 "첨단 의료 산업화와 바이오메디컬 클라스터 구축 등 산학 연계도 서울대병원이 주도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 온라인 생중계된 서울대병원장 후보 정견발표회 현장.
지난 3일 온라인 생중계된 서울대병원장 후보 정견발표회 현장.

겸직교원 처우, 분원 자율성 확보 등 쌓인 현안 어떻게 풀까

이어진 질의 시간에는 겸직교원 처우, 분원과 관계 등 현재 서울대병원이 고민하는 문제들이 후보자에게 제시됐다. 질의 내용은 서울의대 교수진 전원을 대상으로 공모해 구성했다.

후보자들은 '겸직교원도 직원으로서 마땅히 대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원장이 되면 규정 개정이나 법률 검토 등을 통해 퇴직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한호성 교수와 권준수 교수는 여기에 임상교수 신분 안정화까지 포함해 교직원 전체 처우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보라매병원을 비롯한 위·수탁 병원과 분원 역할과 자율성 강화도 화두에 올랐지만 후보들이 제시한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보라매병원 독립 문제에 한호성 교수와 김용진 교수는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권준수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역할 재정립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보라매병원장인 외과 정승용 교수는 병원이 독립적인 인사권을 가져야 자율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서 일반직원 인사권 부여를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 계약에서 위탁 수수료 문제가 누락됐다면서 이를 바로잡고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본원 3년, 분원 2년인 원장 임기도 동일하게 바꿔 리더십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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