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학회, 아시아 각국 원격의료 현황 공유
의료기관 연계 중심 원격 협진 활발한 베트남
인도는 정부가 원격의료 플랫폼 직접 운영해

한국원격의료학회는 27일 온라인으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아시아 지역 원격의료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원격의료학회는 27일 온라인으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아시아 지역 원격의료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격의료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나라들이 있다.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로 고민 중인 아시아 국가들은 원격의료를 돌파구로 보고 있다. 의료기관 참여가 활발한 베트남에서 원격의료는 새로운 일상이 됐고 인도는 국영 원격의료 플랫폼을 통해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아시아 지역 원격의료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가별 원격의료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아직 지역이나 의료기관 간 의료 수준 편차가 큰 베트남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함께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법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6월 기준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은 8,000곳이며 진료 건수도 300만건을 넘어섰다.

하노이대병원 응우옌 란 히에우(Nguyen Lan Hieu) 원장은 "핵심은 상급 의료기관과 더 낮은 단계 의료기관의 연계다. 다른 의료기관에 원격으로 진료와 수술 협력,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중앙병원(central hospital)의 역할이 크다"면서 "이제 베트남 병원 중환자실에서 원격의료는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됐다"고 했다.

베트남은 의료기관 간 협진 체계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하고 있다. 원격의료를 접목한 중환자실은 이제 베트남에서는 일상이다.

베트남 전국 30개 기관이 중앙병원으로서 원격의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노이대병원도 이런 중앙병원 중 한 곳이다. 112개 의료기관이 하노이대병원의 원격의료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하노이대병원 의료진과 연계해 원격의료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진료소 12곳도 새로 개원했다.

히에우 원장은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제도 영역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원격협진과 원격진료에 대한 경제적 보상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도 고민이다. 그러나 원격의료 시스템 발전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하다. 제도적 문제도 곧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 위해 국영 원격의료 플랫폼 만든 인도

인도는 의료 인프라의 도시 집중 문제 해결책으로 원격의료를 선택했다.
인도는 의료 인프라의 도시 집중 문제 해결책으로 원격의료를 선택했다.

정부가 직접 원격의료 인프라를 구축한 나라도 있다. 의료 인프라가 극단적으로 도시에 집중된 인도다.

비영리 원격의료단체 SATHI(Society for Administration of Telemedicine and Health Care Informatics)를 이끌고 있는 샤시 고기아(Shashi Gogia) 대표에 따르면 인도의 지방(rural) 의료 공백은 17년 전인 지난 2005년보다 더 악화됐다.

인도 지역 일차의료기관 의사 미충원율은 17.5%에서 21.8%로 4.3%p 늘었다. 전문 분야는 더 심각하다. 지방 거점 의료기관 전문의 미충원율은 17년 사이 46.7%에서 68.0%로 21.3%p나 증가했다.

고기아 대표는 "인도 인구 3분의 2 이상이 지방에 거주하고 있지만 도시 지역만큼 의료 인프라 발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숙련된 의사들도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엑스레이(X-ray) 같은 장비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지방과 도시 전문의료기관은 똑같은 치료도 비용은 100배 이상 차이난다. 이동에 드는 경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1.5년을 기다리고 1,000km를 이동해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도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멈추고 몇 날 며칠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상태로 도시에 있는 전문의를 찾아간다.

인도에서 원격의료가 의료를 넘어 사회경제적 영역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고기아 대표는 "원격의료는 의료비 지출 규모를 낮춘다. 사람들은 진료받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생업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고기아 대표는 "지방 의료 질도 향상된다. 지역 의사들은 원격협진이나 교육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의료서비스가 미치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국영 원격의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국영 원격의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8년 국영 원격의료 플랫폼 'eSanjeevani'을 출범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Sanjeevani는 의사와 의사 간 원격협진 서비스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서비스 모두 제공한다. 의료진 교육도 여기서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의사는 실시간 화상 진료를 진행하고 처방을 내린다. 여기서 쌓인 의료데이터는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도 반영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18년 이후 전체 원격협진 건수는 5,860만건에 이른다. 인도 전국에서 의사 18만1,883명이 등록했다. 재택의료 플랫폼인 'eSanjeevaniOPD'에서는 의사 3만836명이 활동하고 있다.

Sri Sathya Sai Centrla재단 Jai Ganesh Udayasankaran 헬스케어정보기술원격의료 주무담당관은 "지난 9월까지 환자 6,700만명이 이 서비스의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13억 인도 인구 누구나 디지털 헬스 인프라를 누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eSanjeevani로 환자들은 더 쉽고 편하게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중단 없는 돌봄을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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