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 논란에 '킬링 서비스' 못 만들어
김종엽 교수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어야"
"이러다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 장악" 우려도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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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산업의 미래로 각광받던 디지털 헬스케어가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현장은 데이터 활용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 발묶여 성과를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제14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국내외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정책 동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건양의대 정보의학교실 김종엽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데이터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에 머물면서 효과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킬링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만보기 시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CT 검사 결과만 학습시키고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하길 바라는 상황”이라면서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세돌이 얻는 정보와 컴퓨터가 이해하는 정보의 양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의료인공지능(AI)은 지금 사람인 의사보다 협소한 데이터만으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료AI 인허가 품목이 12월 기준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AI를 수백 개를 개발했는데 정작 도움되는 건 없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이미 나오고 있다"면서 "이제 그간 정부 지원에 대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사실 지금까지는 연습경기에 불과했다. 이제 시작단계다. 지금부터는 연습경기로 밝혀진 문제를 빨리 파악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건양의대 김종엽 교수는 데이터 소유권 논쟁에 갖혀 디지털 헬스케어가 효과적인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사진 출처: 보건산업진흥원 유튜브 포럼 중계 영상 화면 갈무리).
건양의대 김종엽 교수는 데이터 소유권 논쟁에 갖혀 디지털 헬스케어가 효과적인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사진 출처: 보건산업진흥원 유튜브 포럼 중계 영상 화면 갈무리).

의료윤리 관점에서 데이터 활용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의대 교과서 한 줄 한 줄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조상들이 건강 관리를 하며 모은 데이터로 지금 우리가 항암제도 만들고 다양한 치료제를 만든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우리가 생성하고 있는 데이터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걸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소유권이 환자에게 있느냐 아니면 병원이냐 의사냐를 두고 언제까지 싸움만 할 수는 없다. 일단 시작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 준비만 하다가는 지쳐버린다"면서 "지금 환자단체들도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법을 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우리가 생명윤리 외에도 이런 부분에서도 의료 윤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헬스케어 서비스를 소비자가 실제 사용해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증이 안 되면 기대에 비해 성과는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실증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 출처: 보건산업진흥원 유튜브 포럼 중계 영상 화면 갈무리).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실증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 출처: 보건산업진흥원 유튜브 포럼 중계 영상 화면 갈무리).

네이버클라우드 류재준 헬스케어 사업부 이사는 "지난 2017년 처음 정밀의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곧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헬스 산업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정말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상장사도 있고 규모를 갖춘 기업이 있지만 스스로 매출을 내며 성장하는 기업이 거의 없고 대부분 정부 과제나 투자금에 의해서 유지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각종 규제 등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점을 들었다.

류 이사는 ”처음에는 규제가 해제되면 원하는대로 서비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규제가 등장한다. 전혀 다른 법안에서 규제가 등장해 서비스를 못하게 된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술이 인정받고 있고 선호도도 높지만 레퍼런스 확보가 어려워 해외 시장 진입이 힘들다. 해외솔루션이 먼저 들어와서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헬스케어 기업이 만든 솔루션이 국내에서 적용되고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만드는 과정에 대한 지원도 많지만 그 이후 실증하고 병원이나 개인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부분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발의된 데이터 관련 법안에 이런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 측면에서 데이터 활용을 다룬 법안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스마트 헬스 케어 기술 육성 및 지원에 관한(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 헬스 케어 지능 및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보건복지위원회)이다.

복지부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에 주목하다보니 각 부처만의 시각에 따라 법을 제정한 측면이 있다. 보건의료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정 국장은 "보건의료가 입장이 갈리면 합의에 빠르게 도달하지 못하고 논의에 머무는 측면이 있다. '한다고 되겠느냐, 산업에 되겠느냐, 실제 활용을 하겠느냐'는 의문이 보건의료에서 오히려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제 이용도 하고 보호도 하는 어려운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단계다. 복지부도 오늘 나온 의견들이 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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