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 기반인 ‘오미크론 대응체계’ 우려
PCR 양성 3일 뒤에야 신속항원검사 양성 나와
전문가들, 풀링 방식 등 PCR 검사 확대 방안 제안
홍기호 교수 “항원검사보다 나은 옵션 고려 안해”

신속항원검사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감도가 낮은 신속항원검사로는 ‘놓치는 감염자’가 많아 방역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보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5,000배에서 1만배 이상 많아야 진단이 가능하다. 무증상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100명 중 3명 정도만 양성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버밍엄대)도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검체 여러 개를 섞어서 한꺼번에 PCR 검사를 하는 ‘풀링(pooling)’ 방식 등 대안이 있는데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만 고집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26일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우세종이 된 광주‧전남‧평택‧안성 지역에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PCR 검사는 코로나19 위중증·사망 확률이 높은 고령자와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으로 제한하고 그 외 단순 의심자는 선별진료소나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

중대본은 이같은 검사 방식을 다른 지역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지난 21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신속항원검사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우려를 나타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지난 21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신속항원검사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우려를 나타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정부가 정확도 높은 PCR 검사를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신속항원검사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로 인해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간사이기도 하다.

홍 교수는 지난 21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증상 발현 직전 감염력은 있지만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을 때 PCR 검사로는 양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항원검사로는 음성이 나올 수 있다. 이 시기의 감염자를 놓칠 수 있다”며 “선별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했을 때 민감도는 PCR 검사의 절반 정도이며 자가 검체로 검사하면 민감도가 20~30%까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유병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놓친 감염자’가 불러올 파급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매일 오전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을 확인한 후 운동을 시작했던 팀에서 어느 순간 확진자 1명 발생했고 순식간에 32명을 전염시킨 사례가 미국감염학회에 보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특정 고위험 집단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동시에 시행한 사례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PCR 검사로 양성이 나온 날이나 그 다음 날에도 신속항원검사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로 양성이 확인되고 평균 3일 뒤에야 양성으로 확인됐다.

홍 교수는 “부득이하게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파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며칠 뒤에야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 고리를 끊기 힘들다”며 “항원검사로 많은 부분을 놓친다면 우리는 그만큼 더 강화된 정책을 써야 유행을 꺾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유행이 꺾인다는 것은 감염될 사람은 다 감염돼서 줄어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풀링 검사 늘려도 안되면 타액 검체 활용

홍 교수는 비인두도말에서 채취한 검체로 PCR 검사를 하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체계를 기반으로 풀링 방식을 확대하면 하루 최대 180만건을 검사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 방식을 유지하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체 채취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타액 검체로 PCR 검사를 하는 방안이 두 번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비인두도말 검체를 썼을 때 민감도가 PCR 검사의 40~50% 정도로 본다. 자가 검체 등을 쓰면 20%로 떨어진다”며 “민감도 20%인 검사를 쓸 바에는 타액 검체로 민감도 70%인 PCR 검사를 하는 게 나을 수 있지만 아직 고려할 전략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 교수는 “현재 풀링 방식은 검체 5개를 한꺼번에 돌리는데 10개 검체를 돌리는 방식으로 확대하면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신속항원검사보다는 높다”며 “현재 검사량의 70% 정도를 풀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더 늘릴 수도 있다. 물론 검체 채취에 대한 투자 등이 전제돼야 하지만 지금 거론되는 다른 옵션들에 비하면 낫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대안보다 PCR 검사가 가장 나은 방식이라는 것에는 학계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 방식을 확대할 수 있는 옵션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속항원검사보다 나은 옵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도 했다.

자가검사키트를 포함한 신속항원검사를 방역패스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홍 교수는 “방역패스는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한다. 민감도가 낮아 놓치는 감염자가 생기는 신속항원검사를 방역패스로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우리 사회가 신속항원검사로 위음성이 나온 사람을 만나서 코로나19에 걸려도 감당하겠다는 분위기라면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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