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급증하면 '5일 내 복용' 지키기 어려워 효과 저하 우려
서용성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장 "환자 분류 단순화해야"
비대면 진료만으로 투여대상자 가리기 한계…"대면 환경 조성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가 도입됐지만 현재 재택치료 체계에서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재택치료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 청년의사가 ‘오미크론 습격,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명지병원 서용성 재택치료지원센터장은 재택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환자 분류 체계를 단순화하고 대면 진료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지병원 서용성 재택치료지원센터장은 지난 20일 본지가 개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환자 분류 체계를 단순화하고 대면 진료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명지병원 서용성 재택치료지원센터장은 지난 20일 본지가 개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환자 분류 체계를 단순화하고 대면 진료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기저질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증상 발현 후 4일 내 복용 시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89% 감소시킨다. 5일 내 투약자도 입원, 사망 위험이 85% 감소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5일 이내 복용’해야 한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진료 전 '적체 현상'이 일어나면 기한에 맞춰 팍스로비드가 있어도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명지병원이 운영하는 재택치료센터가 담당하는 환자는 현재 120~130명 수준이다. 4일 내 진료 비율은 82.2%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일간 확진자 수가 7,000명대에 육박하면서 담당 재택치료자가 500여 명으로 치솟자 4일 내 진료 비율은 65% 수준으로 약 17%p 하락했다.

서 센터장은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내 사용해야 중증 이환율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자가 증상 발생 후 5일 내 의료진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첫 번째 진료까지 시간이 지체됐다”며 “환자가 코로나19 진단 받은 시점에서 병원에 의뢰되기까지 시간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원인으로 아직도 ‘종이’와 ‘카카오톡’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 분류와 이송 시스템을 지목했다. 이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소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서 센터장은 환자 분류 체계를 간소화해 진료까지 지체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서 센터장은 “종이(서류)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이 서류를 다시 '카톡방'에 올리는 과정에서 행정력이 불필요하게 소모된다. 전산을 통한 공유 시스템이 전혀 없다. (환자가 급증했을 때) 명지병원에 하루 100~150명 정도 의뢰가 들어왔다. 그러면 병원 전산시스템에 환자를 등록하고 역학조사 결과를 일일이 타이핑해서 입력해야 한다”며 “여기에 환자에게 전화로 안내하고 모니터링을 진료하고 의사에게 연결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인력이 소모된다. 병원이나 의원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 빠르게 소화할 수 있지만 이게 안 되는 상황에서 환자 의뢰가 이어지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역학조사를 통해 추정 감염 경로를 분석하는 등 과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심장내과 의사로서 개인적으로 의문이 든다. 환자가 확진돼도 역학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2~3일이 소요된다. 그만큼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가능한 한 빠르게 진단하고 빠르게 진료가 이뤄져서 투약할 수 있는 환자는 가급적 빨리 투약해 중증화 비율을 낮추는 것이 사후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투여대상자 가리기' 비대면 진료만으로는 한계 뚜렷

재택치료자 대상 팍스로비드 사용에서 어려운 점은 또 있다. 의료진이 재택치료자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때 약제 상호작용이나 금기 약물을 고려해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만으로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팍스로비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성분은 총 28종이다. 페티딘, 피록시캄 등 진통제와 항부정맥제, 항협심증제, 항정신병제, 경구 미다졸람 같은 진정제 등이 포함된다. 28종 가운데 6종은 투여 중단 직후에도 팍스로비드를 쓰면 안 된다.

또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수치가 30 이상 60 미만인 중증도 신장장애 환자는 팍스로비드 투약 용량을 줄여야 한다. eGFR 수치 30 미만 중증 신장장애 환자는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서 센터장은 ”eGFR 수치가 30에서 60 사이인 환자는 (팍스로비드) 용량을 감량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 약 10%가 여기 해당한다. 또 60세 이상 심혈관계 질환자 중 많은 수가 신장 기능 장애를 갖고 있다“며 ”처방 전에 우선 환자 혈액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비대면 모니터링으로 대증치료만 가능한 상황이라면 의료진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했다.

결국 재택치료가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서 대면 진료 요소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서 센터장은 “오미크론 변이로 환자가 폭증하고 병상 시스템에서 환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고위험 환자가 병원이 아니라 재택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단순히 전화로 모니터링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비대면 모니터링만 하는 재택치료는 '재택케어'나 '재택모니터링'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지병원은 재택치료환자를 위한 외래진료센터를 구축했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환자는 병원이 직접 찾아가는 형식의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 대면 진료를 위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거나 의료진이 방문할 수 있도록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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