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응급의료법 개정안’ 심의
“의료자원 있는데도 환자 안받는 응급실 없다”
“해결 방법 없으니 응급실에 환자 받으라 강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다는 소식에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땜질식 처방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사위는 30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법안 67건을 상정해 심의한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수용곤란 고지 기준 등을 규정하도록 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병상 부족 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은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환자를 수용하라고만 한다며 반발했다.

기존에도 대학병원 응급실 등은 중환자 병상 부족 등으로 환자를 입원시키지도, 전원 보내지도 못해 체류 시간이 길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같은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더 심각해졌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응급실 내 환자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배후(응급처지 이후) 진료 때문이다. 중환자실이 없고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환자를 못 받는 것”이라며 “배후 진료 때문에 응급환자를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응급실을 압박하고 처벌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결국은 신뢰 부족에서 생기는 문제 같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배후 진료 문제는 다 무시하고 이렇게 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책임을 응급실에 미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더 심각해 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를 빼줄 생각은 하지 않고 수용만 강요하고 있다. 지금도 병상이 없어서 카트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순환이 돼야 환자를 받을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병상과 의료인이 있는데도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 응급실은 없다. 상황이 되지 않아도 병원 문 닫을 각오를 하고 환자들을 받고 있다”며 “일단 환자를 받았지만 병원 내 중환자 병상이 없어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보내려면 40곳 이상 전화를 돌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라도 빨리 빼줘야 다른 응급환자를 볼 텐데 그것도 안된다. 총체적 난국이다.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환자를 받으라고만 강요한다”며 “매듭 하나를 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도 법으로 응급환자 수용만 강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의료 자원은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 위드 코로나 이후 주취자도 응급실로 몰려온다. 아무런 대책 없이 환자를 받기만 하라는 것이냐”며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환자를 수용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하위법령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은 “법안 발의 자체를 막기는 어려웠다. 법안 통과 여부보다는 통과 후 실질적인 기준을 담는 시행령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시행령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응급의료기관들도 응급환자 수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수용거부 기준이) 현장에서 무리 없이 작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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