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차례 걸쳐 추경 66조8000억원 편성
“코로나19 방역 대책 예산은 3조5000억원”
“사투 벌이는 의료인·환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방역이나 의료 현장이 정부의 예산 지원 우선순위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돼 가지만 현장에서는 의료 자원 부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코로나19 대응 명목으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에서 방역과 의료 현장에 지원된 예산은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지난 21일 ‘코로나19 감염병 현황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8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8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미래의 감염병에 대한 전망과 관리'에 대해 발표했다(사진: 온라인 화면 캡쳐).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8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미래의 감염병에 대한 전망과 관리'에 대해 발표했다(사진: 온라인 화면 캡쳐).

박 교수는 “코로나19 극복을 외치면서 정부 예산은 방역 대책을 외면하고 있다”며 국회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명목으로 총 4차례에 걸쳐 추경예산 총 66조8,000억원을 확정했지만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관련된 예산은 5.2%인 3조5,000억원이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도 방역 현장을 보면서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정부와 국회가 할당하는 예산 범위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는 방역 정책, 그리고 그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과 환자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우선순위 설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와 국회의 예산 배분에 있어 우선순위를 교정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방역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예산 부족을 이유로 파견 인력 지원이 감소한 코로나19전담요양병원 내에서도 “전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주는 재난지원금 예산 중 일부라도 의료 현장 인력 지원에 써줬으면 한다”는 불만이 나온 바 있다.

박 교수는 정부의 방역 정책이 정치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25일 방역 당국은 4.7재보선에 대해 5인 이상 모임을 방역 위반으로 보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운동은 공적 모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출정식에는 각 5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집회와 제례를 구별하지 않는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는 사람의 모임을 선거운동과 시위로 나눠 선거운동은 방역 위반이 아니고 시위는 철저히 금지하는 방역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의료계는 복지부 보건부 차관과 질병관리청 신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 이유는 보건과 방역 행정에 있어 전문성과 독립성이 존중되기 바란 것”이라며 “지난해 5월 질병관리본부는 질병청으로 승격됐고 보건부 차관도 신설됐다. 그러나 복지부와 질병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존중받았는지는 의문”이라고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인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 인프라 강화에 정부 예산이 조금 더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연말이 지나기 전에 재난지원금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며 “3차 유행 전후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예산에서 2조원 정도만이라도 의료 인프라 확충에 쓰였으면 4차 유행을 더 여유롭게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추경예산을 마련해 긴급하게 (의료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건강보험재정이나 복지부 예산만으로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안타깝다”며 “의료 인프라 강화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공공의료 강화를 이야기하지만 5~10년 뒤 시행될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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