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임계치라는 의료 현장 “서킷 브레이커 필요”
“무너지는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번질까 우려”

위중증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수도권 병상 확보에 나섰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위증증 환자는 499명으로 전날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500명대를 육박하고 있다. 위증증 환자는 지난 17일 52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18일(506명)까지 이틀 연속 500명대를 보였다.

사망자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16일부터 20명대(22명→21명→29명→28명)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034명으로 3일 연속 3,000명을 넘었다.

돌파감염 확산으로 6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10월 20.0%에서 11월 32.7%로 증가했다. 10월 첫째 주 1.56%였던 중증화율도 10월 넷째 주에는 2.36%로 높아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수도권 의료대응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비수도권 병상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택치료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무너지는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번질까 우려”
“서킷 브레이커 발동하는 게 합리적 행동”

그러나 방역 조치가 완화된 현 상황에서 병상은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 현장의 지적이다. 추가 확보된 병상이 소진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의료 인력들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이에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잠시라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 수를 줄이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는 1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중환자를 보는 입장에서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는 게 업무 로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덜 아플 수 있다”며 “그렇게(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는 게 합리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최근 들어 일본에서 확진자가 급감했는데 현지에 있는 의사에게 그 방법을 물어보니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서로 거의 만나지 않는 것뿐이라고 하더라”며 “적어도 고위험군인 60세 이상의 일정 비율이 부스터샷을 맞을 때까지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 없이 너무 일찍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고위험 환자군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한 후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보다 10~20대 젊은층 백신 접종이 이슈가 돼 버렸다”며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먼저 취약층이나 고위험군에 부스터샷을 하는 선조치가 필요했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부스터샷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현장에서 보는 현 상황은 위기다. 수도권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 수도권이 문제라고 해서 비수도권으로 환자를 보냈다가 일부에서 집단 발병하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다. 비수도권이 더 취약하다”며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병상 상황이 여유롭다고 서킷 브레이커를 늦게 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국적으로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지 못한다고 해도 수도권은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식당이나 카페를 출입할 수 있는 백신 미접종자 수를 줄이고 백신 패스 대상도 확대하면 된다”며 “당장 이번 주에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인 오주형 경희대병원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의료 인력 확보다. (코로나19 치료 병상에는) 일반 환자 병상보다 최소 2~3배에서 7~8배 이상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투입되고 있다”며 “2년 가까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더 이상 의료 인력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개별 의료기관 단위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 병원장을 비롯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과 간담회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오 원장은 “일상회복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확진자 증가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이를 납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중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 제공과 사망률을 줄이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해 입원 치료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의료계와 국민이 차분히 준비해온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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