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대선 정책제안서’, 전달체계 개편 강조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다양한 토론으로 농익은 정책되길”

인구 고령화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으로 인해 오는 2029년이면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요양급여비가 228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계가 나왔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에 담긴 내용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필요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이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요양급여비 연평균 증가율은 10.27%다. 의료정책연구소는 2019년 요양급여비 총 85조7,938억원에 연평균 증가율 10.27%를 10년간 산정해 오는 2029년 요양급여비를 추산했다. 그렇게 나온 수치가 228조1,432억원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20대 대통령선거 보건의료분야 정책제안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20대 대통령선거 보건의료분야 정책제안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특히 상승폭이 컸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요양급여비 연평균 증가율은 13%대로 오는 2029년에는 각각 51조1,253억원, 52조3,18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분원 설립이 반영되지 않은 추계여서 향후 대형병원이 증가하면 요양급여비는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의료정책연구소 측 설명이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전달체계와 지역의료체계를 더 빠르게 붕괴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난 17일 의협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 기자회견을 갖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위주로 커지는 가분수 모양으로 의료공급체계가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선 정책제안서에서 의료전달체계 재정비와 1차 의료 활성화 관련 내용을 중요하게 다뤘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오는 2029년이면 총 요양급여비가 228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의료비 문제가 아니라 국가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이 여기저기 생기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비용 증가 원인을 제공하는 게 대학병원들이다. 이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전달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17일 의협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발표한 대선 정책제안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17일 의협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발표한 대선 정책제안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정책제안서에서 규모 중심인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기능 중심인 ‘초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전환하고 전문의원과 회복병원, 요양의원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우 소장은 “국민 수요가 있는 곳에 정책이 있다. 노부모가 있는 가족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요양시설에 부모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며 “일본은 이미 ‘개호의료원’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확산돼 있다. 이를 벤치마킹하면 1차 의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원제도에 대해서는 “전문병원제도를 의원급으로 확대해서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의원급 중 7%인 1,500~2,000곳을 전문의원으로 지정하고 수가를 가산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차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스스로 평등의 틀에 가두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제안한 ‘전문의원제’와 명칭이 똑같아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문의원이라는 용어를 김윤 교수가 전세 낸 것은 아니지 않나. 의원급 입원실을 없애자는 것에는 절대 반대다. 적정한 입원실을 갖고 있어야 의료비도 절감되고 기능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일축했다.

회복병원에 대해서는 “회복기 환자가 입원하는 병원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조기 퇴원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며 “회복병원제도를 도입해야 고령사회에서 지역의료를 지탱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

우 소장은 “국민의힘 대선 공약단에 가서 브리핑을 했고 대선 후보들이 의협을 방문했을 때 현장에서도 브리핑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시행해 달라고 하지는 않고 의료전달체계의 중요성과 대학병원 분원 문제를 강조했다”며 “브리핑한 내용 중 일부는 정책에도 스며들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우 소장은 이번 정책제안서에 담긴 내용을 구체화하는 연구를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다고도 하는데 논쟁으로 열기를 더해 농익은 정책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정책제안과 관련된 다양한 토론이 있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얼마든지 수용하고 고칠 의향이 있다”며 “연구소는 의협에 정책 아이디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싱크탱크로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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