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김동석 회장 “김윤 교수가 주장한 게 전문의원”
“회원과 컨센서스 이루지 않은 설익은 정책 제안” 비판
“CCTV 설치법 하위법령에서 민감 부위 수술은 제외돼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정책제안서에 대해 ‘설익은 정책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각 정당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되는 내용인데 의료계 내부 의견수렴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25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분야 정책제안서’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마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정책제안서에 담긴 ‘전문의원’이라는 명칭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책제안서에는 의료전달체계를 규모에서 기능 중심인 ‘초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전환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전문의원은 급성기질환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으로 전문병원과 함께 등장한다.

김 회장은 “급성기에 전문의원이란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의협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가 돼야 할 사안”이라며 “지난 2018년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에서 의원급 입원실을 폐쇄하는 대안으로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주장한 게 전문의원제도였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회원과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정책 제안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4일 정책제안서를 공개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제20대 보건의료정책 챌린지’와 정책설명회를 통해 의료계 내·외부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했다. 하지만 대개협은 정책제안서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의협 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의협 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의협 회장이 직접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편향적 정치색을 보인다면 의협 정치력은 약화된다”며 “의협은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처럼 합법적 로비단체가 되어 강력한 힘으로 의료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25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25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대개협 회장 연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의료 최일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뿐 아니라 의료사고 시 의사 구속,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비급여 자료제출과 공개 등 소신 진료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환자 진료에 힘쓰고 있는 모든 회원의 노고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13대 집행부가 열정적으로 회무를 했다는 진정성을 인정받아 재선됐다고 생각한다. 당선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압박감이 더 컸다. 역점사업은 소신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과 전문가로서 의사의 자존감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최근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규제 대상이며 진료보다는 행정력에 힘을 낭비해야 한다. 정상이 아니다. 환자와 신뢰가 깨지면 진료 방해가 되고 결국 국민건강권에 위해가 된다.

- 지난 6월 열린 대개협 평의원회는 회장 선거가 끝나자 평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뜨면서 정관 개정안 등 안건이 논의되지 못한 채 끝났다. 매번 반복되는 일인데 해결 방안은 있는가.

평의원회는 대개협 최고 의결기구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평의원회가 회장·감사 선거만을 위한 회의로 오인될 수 있다. 올해 평의원회에서도 선거 직후 평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뜨면서 겨우 과반수를 넘기면서 3분의 2 이상 출석이 필요한 회칙개정 안건은 다루지 못했다. 선거가 없는 해의 평의원회는 파행되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선거만을 위해 평의원이 위촉되기 때문이다. 평의원 추천권을 가진 시도의사회와 각과 의사회에서 평의원의 임무를 충실히 할 수 있는 분을 위촉해야 한다. 평의원으로서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평의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평의원들도 적극적으로 회무에 참여해 달라. 필요하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또는 온라인만으로 평의원회나 임시평의원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

- 평의원회에 상정한 회칙 개정안은 지역의사회에 배정된 평의원에 반드시 시도의사회장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34차 정기평의원회에서 '회칙개정심의소위원회' 구성 안건이 의결됐다. 상임이사회에서 위원 위촉을 마무리해 위원회가 활동을 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가장 합리적인 회칙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시도의사회장이 평의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방안은 회칙개정심의소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평의원회에 각 과 대표는 물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런 취지에서 평의원 배정이 특정과에 몰리거나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평의원이 위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대개협 발전을 위해 회무를 잘 아는 시도의사회 회장이나 의장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미 각과 의사회장들은 모두 평의원으로 참여 중이다.

-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통과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투쟁체 발족을 제안했다. 하지만 시도의사회 등에서는 협상에 주력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의협 집행부는 투쟁이 아니라 회무에 주력해야 한다. 투쟁은 양날의 칼이며 투쟁 없는 협상만으로 주요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의사면허 박탈법, 공공의대, 의사 증원 등 미해결 과제가 눈앞에 있다. 이런 많은 규제와 압박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협상과 투쟁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로 제안했다. 투쟁체를 잘 활용한다면 의협 집행부의 회무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의권 신장을 위해 시의적절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CCTV 관련 비대위 구성 제안에는 의협도 공감해 최근 구성됐다. 어디서든 강경한 목소리가 나와줘야 강온 전략으로 의협의 위상이나 회원들의 권위를 살릴 수 있다.

- 의협이 최근 '수술실 CCTV 하위법령 대응 TF'를 구성했다. 하위법령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면.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파괴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하위법령에서 산부인과, 비뇨기과, 유방이나 항문외과에서 하는 수술처럼 민감한 부위 수술은 제외해 녹화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촬영된 순간 불법 영상 유출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CCTV 설치 비용뿐만 아니라 운영과 유지 관리비용을 100%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 CCTV 설치가 의무인데, 마취 시간이 짧은 수면유도제 정맥마취인 의식하진정마취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개정된 법에는 촬영 정보의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의사에게 불가항력 사고의 책임을 지우는 것과 같다. 관리 인력이 없는 의원에서 컴퓨터 등 기기고장이나 정보 도난·분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나.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각 직역이나 KMA Policy에서 깊이 있는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 당선인의 의료정책으로 제안서가 활용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미흡한 정책이 들어간다면 자칫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관련, 의료기관을 질병의 시기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해 기능별 특성에 따라 초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나누고 회복기에 지역병원 외 ‘회복병원’을 추가하고, 만성기에 요양병원 외에 ‘요양의원’을 신설할 것을 제시했다. 급성기에 ‘전문의원’이라는 명칭도 사용했다. 의협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 2018년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권고문에서 의원급 입원실을 폐쇄하는 대안으로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주장한 게 전문의원제도였다. 전문의원만 입원실을 운영하고 다른 일반 의원은 없애자는 주장이었다. 회원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정책 제안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 당선자가 제안서에 담긴 내용을 정책으로 추진했을 때 나중에 반대하게 되면, ‘이제 와서 왜 반대하느냐’고 할 수 있다. 신뢰가 깨질 수 있어 걱정이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계 내부와 외부 의견을 수렴해서 수정, 보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개협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나.

자료 제출 요청은 있었지만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정책제안서에 대한 평가 요청은 없었다. 정책제안서에 담긴 ‘요양의원, 전문의원, 회복병원’이라는 명칭이 회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칭인지 모르겠다. 특히 전문의원의 경우 김윤 교수가 제시한 내용이 반영되는 것 같다.

- 다른 직역에 비해 의사들이 정치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정치력 강화 방안이 있나.

의협 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의협 회장이 직접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편향적 정치색을 보인다면 의협의 정치력은 약해진다. 의협은 미국의사협회처럼 합법적 로비단체가 되어 강력한 힘으로 의료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대선 후보 캠프에 많은 의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각 단체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 많은 의사가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이 정치력이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13만 회원 모두가 의료정책에서 정치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심사 참여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분석심사 거부는 의협 대의원회 수임사항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대개협 13대 집행부 때도 대한내과의사회에서 마련한 6개안을 기반으로 심평원과 만나 분석심사에 대해 얘기하려다가 멈췄다. 분석심사를 거부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문제될 수 있다고 해서 만나지 않았다.

의협 측에 분석심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들어온 것 같다. 의협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분석심사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알려야 한다. 분석심사를 하면 하향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 코로나19 백신과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으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동안 수시로 바뀌는 지침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질병관리청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접종기관의 불편을 줄이고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올해 독감 백신 공급 과정에서 제약사와 도매상이 공급량을 제한하고 어린이와 임신부용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 공급 거부, 반품 불가 등 갑질을 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에 항의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 대개협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네이버 측에서 ‘별점 테러’ 논란이 된 리뷰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회원 설문조사를 통해 피해를 알리고 부당하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결국 네이버가 별점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폐지하고 키워드 리뷰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인터넷 플랫폼 이용자나 이용사업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직접 유발하는 것에 대해 ‘허위정보, 악성댓글, 별점 테러 피해방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속히 법제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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