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승 변호사 “고민 부족했다” 지적
촬영 동의 대상인 ‘보호자’ “해석 명확해야”
“CCTV 영상으로 의료과실 판단 힘들어”
“헌법소원 제기해도 위헌 결정 쉽지 않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설치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법조인도 “고민이 부족했다”며 법률적으로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더라도 위헌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5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강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변호사는 우선 개정 의료법(제38조의2 2항)에서 수술실 CCTV 촬영을 동의하고 요청할 수 있는 대상에 ‘보호자’를 넣은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 보호자라는 용어 자체가 법률 용어가 아닐뿐더러 그 대상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보호자라는 용어는 문제가 많다. 현장에서 보호자라고 하면 어디까지로 생각하는가. 보호자에 대해 정의한 법률은 없다. 보호자를 (촬영 동의와 요청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환자 본인이 동의하고 촬영을 결정하는 게 맞다. ‘보호자’라는 문구를 넣는 순간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가족 중 누군가가 요청하면 촬영을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해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의료윤리연구회 월례강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의료윤리연구회 월례강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정 변호사는 또 촬영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 의료인과 의료종사자가 제외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의료인과 종사자의 동의 여부는 정하지 않고 있다. 분쟁이 예상되는 조항”이라고 했다.

CCTV 영상만으로 의료과실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입법을 주장했던 쪽이나 입법 목적을 보면 의료분쟁 해결을 기대하지만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CCTV로 수술 과정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수술상 과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수술 장면을 더 자세히 찍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과실 판단용으로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환자와 모든 수술 참여자가 동의하면 녹음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의료과실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환자뿐만 아니라 수술에 참여한 의사와 간호사도 동의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술실 CCTV 영상 열람 제공 관련 조항(제38조의2 5항)을 법리적으로 가장 문제될 수 있는 조항으로 꼽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표준지침은 범죄 수사의 경우 협조요청만으로 열람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상 정보를 줄 때 필요하지 않은 사람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해서 주도록 하고 있다”며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려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매하다”고 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후 영상을 요청할 수 있는 조건에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도 보호자 대신 ‘조정신청인’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실 CCTV 영상 보관 기간이 최소 30일로 규정된 부분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환자는 30일 이전에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영상을 받으려면 고소하거나 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해야 하는데 민사 소송의 경우 30일 이내 증거 개시를 하기 어렵다”며 “환자도 30일 이내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지만 형사고소를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개정된 의료법이 문제가 많지만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해도 위헌 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할 때 비례원칙을 봐야 한다”며 ▲목적 정당성 ▲수단 적합성 ▲침해 최소성 ▲법익 균형성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진료 과정 불법성 방지에는 적합한 수단이지만 의료과실 규명에는 부적합하다”면서도 “영유아보육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는 CCTV 미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 작용해서 합헌 결정이 나온 것 같다. 개정 의료법도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현실을 보면 헌법소원을 제기해도 위헌 결정이 쉽게 나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법률을 뒤엎는 것이기에 헌법재판소도 조심스럽다”며 “발의됐던 개정안 3건보다 국회를 통과한 법은 합법적인 장치를 많이 추가한 상태다. 위헌성을 많이 덜어낸 것이다.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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