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일방적이고 경제논리 매몰된 규제챌린지" 철회 요구
"의료계 참여하는 논의기구에서 공감대 형성하자"
‘원격진료연구회’ 설립하는 서울시의사회 “의료계가 주도해야”

정부가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히자 대한의사협회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다. 의료계도 참여하는 기구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원격의료 논의를 의료계가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국내 최초 원격의료를 다루는 연구회인 ‘한국원격의료연구회’가 창립했으며 서울시의사회는 ‘원격진료연구회’ 설립을 준비 중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비대면 진료(원격진료)와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등이 담긴 ‘규제챌린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의협 “의료계 참여하는 논의기구에서 공감대 형성하자”

의협은 보건의약 전문가 단체 의견이 배제된 채 경제인 단체 요구사항만 반영했다며 반발했다.

의협 11일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정부는 일방적이고 경제 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해서 접근하라”고 말했다.

의협은 “현시점에서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조 수단에 국한해 활용돼야 한다”며 ▲의학·기술적 안전·유효성 미검증 ▲대형병원 환자쏠림 심화로 일차 의료기관 몰락 우려 ▲오진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불분명 등을 원격의료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의협은 “정부와 기업의 일방적인 논의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 조제를 포함한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면 국민이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일차 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면 진료의 문턱이 높아져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는 지난해 의료계가 결사 저지한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복지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선(先) 시행 후(後) 보완’ 기조로 정책을 추진하면 의료계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가 의료 현장에 불러올 파장을 생각해 보완책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계가 원격진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이유 중 하나는 처음 설계과정부터 의료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환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어떤 정책이든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격진료는 국민건강과 결부된 것으로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부분은 아니다. 의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면 ‘논의하겠다’가 아니라 ‘안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안이 없는 상태로 무조건 추진하면 의료계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협의하지 않은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의료계가 논의 주도해야” 의료계 내 온도차

의료계 내부에는 다른 기류도 흐른다. 오히려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협 부회장이기도 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의료계가 원격의료와 관련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사회는 오는 8월 29일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원격모니터링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다룰 예정이며 원격진료연구회도 준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서울시의사회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들도 불안과 우려로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공감한다”며 “당연히 의료계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원격진료연구회가 준비되면 하반기에는 많은 회원과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의대 교수진 주도로 한국원격의료연구회가 창립했다. 원격의료의 개념과 용어를 학문적으로 정립해 발전적인 논의를 이끌겠다는 게 연구회의 목표다.

초대 회장인 박현애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용어와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며 “이같은 혼란을 줄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끌기 위해 연구회에서 개념과 용어를 정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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