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 워크숍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계 내 인식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 “이미 바뀌고 있는 의료 환경, 의협도 준비해야”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반대’ 목소리에 갇혀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협이 관련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집행부가 바뀌면서 의협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필수 집행부에서 의료정책연구소가 처음 개최한 워크숍 주제도 ‘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 개선’이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디지털은 피할 수 없고 변수도 아닌 상수가 됐다. 의료계에 쓰나미처럼 몰려올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난 4월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해 시대가 변한 만큼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상황에 맞게 대처하도록 집행부에 위임하는 등 의료계 내에서도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6일 '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을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가천대길병원 김영보 교수,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 의협 박정율 부회장.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6일 '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을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가천대길병원 김영보 교수,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 의협 박정율 부회장.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분야 마이테이터 ‘마이 헬스웨이’에 대해 설명하며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 헬스웨이는 개인이 흩어져 있는 자신의 건강정보를 한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고 진료, 건강관리 등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위원회나 정부 부처 관련 위원회에 3년 이상 참여하고 있는데 의협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의협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마이 헬스웨이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많이 바뀔 것이고 의사 진료나 의원급 의료기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의협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 유형별 수집항목을 정의하고 플랫폼 제공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제공기관 참여 유인 등으로 의료데이터 수집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의료기관은 종이 형태로 의무기록 사본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디지털 형태로 데이터를 제공하려면 그만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센티브는 불분명하다. 의협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인 문석균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해 이야기하며 “의협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기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보다 발전된 개념이다.

문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곧 다가올 것”이라며 “원격진료나 원격의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의료환경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메타버스를 탈 채비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길병원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는 의협이 원격의료에 반대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은 원격진료를 하지 말고 개원가만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서라도 가야 할 길”이라며 “우리가 안간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이 그 길을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협 임원진이 시대 흐름을 읽으며 고민해야 한다. 대세를 알아야 한다”며 “원격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버틴다고 해서 그 시대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같은 지적에 의협 박정율 부회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외과)은 “의학정보원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격진료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 합의를 통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늦더라도 세계를 리드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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