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검사소에 등장한 신속항원검사
무증상 포함하면 민감도 50~60%
위음성 확률 높아 선별검사엔 부적절
“위음성으로 확진자 더 늘 수 있다”

분자진단법인 RT-PCR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최소 6시간 정도 걸린다. 
분자진단법인 RT-PCR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최소 6시간 정도 걸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활용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신속항원검사가 오히려 K-방역의 핵심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에 균열을 만들 수 있어 우려된다.

분자진단법보다 민감도(sensitivity)가 낮아 위음성(가짜음성)이 나올 확률이 더 높은데도 대규모 선별검사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상 진단검사 과정에서 제대로 선별하지 못하면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를 대규모 선별검사보다는 응급 상황에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빠르지만 ‘가짜 음성’ 나올 확률도 높다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임시선별검사소 150여개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세 종류의 검사법 중 하나를 선택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검사법인 ‘비인두도말 PCR’외에도 ‘타액 PCR’와 신속항원검사가 새로 추가됐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출시된 신속항원진단키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19 Ag Test’가 유일하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세 가지 코로나19 검사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민감도와 특이도(specificity)를 공개했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을,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할 확률을 의미한다. 민감도가 높으면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적다.

표준검사법인 비인두도말 PCR(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 rRT-PCR, qRT-PCR)은 민감도 98% 이상, 특이도 100%이며 타액 PCR은 민감도 92%, 특이도 100%다.

반면, 신속항원검사법은 민감도 90%, 특이도 96%로 세 가지 검사법 중 가장 낮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10명 중 1명은 위음성, 즉 양성인데 음성으로 잘못 판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를 평가한 결과로 무증상자에 대한 임상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무증상자 빠진 평가…실제 민감도 50~60% 수준

때문에 무증상자까지 포함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평가하면 민감도가 50~60% 정도로 떨어진다는 게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설명이다.

이는 신속항원검사로 검출할 수 있는 Ct값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Ct값은 바이러스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Ct값이 낮으면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다는 의미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신속항원진단키트가 검출할 수 있는 Ct값은 PCR 기준 최대 23이다. PCR 검사에서는 Ct값 35~40이어야 음성으로 판단한다.

진단검사의학회가 지난 2월 7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된 PCR 검사 189만319건을 분석한 결과,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Ct값은 25(중앙값, median)다. Ct값이 25~35 사이로 양성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지만 23까지만 검출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로는 이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은 신속항원검사를 대규모 선별검사에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위음성을 거르는 방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오히려 양성이 나왔을 경우 PCR 검사를 한번 더 실시해 위양성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에 균열 생기고 있다”

양성이 나와도 PCR 검사를 한 번 더 해야 하고 음성 판정도 확신하지 못하는 신속항원검사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한숨을 내쉬며 답답해했다. “효율적으로 잘 돌아가던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늘리고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믿을만한 검사를 늘려야 한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절반가량을 놓칠 수 있는 검사로는 선별 관리가 안된다. 검사 결과가 30분 내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스크리닝 목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로 숨어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찾아낼 수는 있다. 그런 사례들이 나오면 효과가 있다고 느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위양성 여부만 확인하고 위음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이 나왔지만 그 결과가 위음성이라면 오히려 그 안에서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수도 있다”며 “들이는 검사 비용에 비해 효용성이 높지 않다. 더욱이 무증상자를 선별해야 하는 검사로는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모든 검사에는 장단점이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 등에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며 “정확한 결과를 하루 만에 내놓는 PCR 검사가 있는데 불확실성이 높은 검사를 대규모 선별 검사에 도입할 필요가 있는가. 효율적으로 잘 돌아가던, 정확한 진단검사체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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