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 빠른 이유①]질본-진단검사의학회, 메르스 이후 신종감염병 대비
검사법 평가체계 등 미리 준비…꾸준한 정도관리로 검사역량 갖춘 민간기관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한국 상황을 지켜본 해외 전문가들이 ‘감탄’한 부분이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능력이다. 단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정확하게 진단해 낸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검사 6만4,886건 중 3만9,318건이 음성으로 나왔으며, 2만5,568건이 진행 중이다.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확진자는 현재까지 총 1,766명이다.

조지메이슨대(George Mason University)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Andray Avrahamian) 교수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높은 진단 능력과 민주적인 시스템 때문에 확진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스콧 코틀립(Scott Gottlieb)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트위터에서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관련 보고서는 매우 상세하다. 그들은 거의 2만명의 개인에 대해 검사했거나,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당한 진단 능력”이라고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한국이 코로나19 검사를 3만5,000건 시행하는 동안 미국은 426건에 불과하다며 미국에서 확진자가 적은 이유가 검사 수량이 적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량을 하루 3,800건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1,500건에 그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7일 오전 9시 기준 186명(크루즈 691명 제외)이며 사망자는 3명(크르주 4명 제외)이다.

반면 한국은 총 77개 기관에서 하루 1만5,000건까지 검사가 가능하다.

질본-진단검사의학회, 메르스 사태 이후 신종감염병 대비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모두 코로나19 진단검사에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 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rRT-PCR, qRT-PCR)’을 이용한다(관련 기사: 7일부터 확대되는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어떻게 진단하나).

그렇다면 검사 역량은 어디서 갈렸을까. 답은 민관협력과 준비된 민간검사기관에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메르스(MERS) 사태 이후 또 다른 신종감염병 유입에 대비해 왔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분석센터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감염병진단관리과, 세균분석과, 바이러스분석과, 매개체분석과, 고위험병원체분석과를 뒀다. 감염병 진단검사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센터가 신설된 것이다.

의료기기법 개정(2019년 1월)을 통해 긴급사용승인제도도 도입했다. 감염병 유행이 우려되지만 국내 허가받은 진단시약이 없는 경우 일정 수준으로 개발된 시약을 평가해 한시적으로 승인해주는 제도다.

특히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와 진단검사의학회는 정확한 진단검사법을 개발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나 리프트밸리열(Rift Valley fever), 지카 바이러스 등 국내에 유입되지 않은 신종감염병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법이 정확한지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rRT-PCR 검사법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rRT-PCR 검사법은 지난 7일부터 민간검사기관에서 시행됐으며 현재 검사기관은 총 77개소다.

국내 첫 번째 환자 발생 18일 만에 rRT-PCR 검사 세팅 완료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월 20일 확진됐다. 당시에는 사람에게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 6종류를 선별하는 ‘판 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검사가 활용됐다. 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이후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으로 해당 바이러스가 코로나19(SARS-CoV-2)인지 확인하는 2차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종 검사 결과 확인까지 최대 24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11일 뒤인 31일부터 진단시간이 4분의 1로 줄었다. rRT-PCR 검사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가 공개되고 국내 환자 발생으로 검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자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의학회,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는 rRT-PCR 검사법을 구축했다. 이 새로운 검사법은 1월 31일부터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행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의학회가 선택한 방법은 독일에서 개발한 분자진단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실험법이기도 하다. 이 분자진단법을 코로나19에 적용해 rRT-PCR 검사법을 구축했고 기존에 마련한 시스템으로 검증·평가도 마쳤다. 그리고 민간에서도 검사할 수 있도록 진단시약을 대량으로 제조하기 위해 검사법을 국내 시약제조업체에 공개했다.

장비 다른 민간-공공기관에 맞춰 진단시약도 평가

진단시약도 며칠 만에 나왔다. 2월 4일에는 코젠바이오텍, 12일에는 씨젠이 개발한 코로나19 rRT-PCR 진단시약 제품이 긴급사용 승인됐다. 진단시약에 대한 평가는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의학회, 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가 함께 진행했다.

시약제조업체들이 제출한 진단시약은 질병관리본부와 민간 검사기관 3곳에서 교차 평가했으며, 그 결과 2개 업체가 성능평가를 통과했다. 진단시약 성능평가를 질병관리본부와 민간 검사기관에서 모두 진행한 이유는 공공과 민간기관이 사용하는 RT-PCR 장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검사기관도 준비돼 있었다. 진단검사의학회와 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는 국내 검사기관들을 대상으로 정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코로나19 검사기관 후보군도 정도관리를 통과한 ‘우수검사실’이었다.

1차 모집에서 52개소가 지원했다. 진단검사의학회와 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는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2월 4일 코로나19 rRT-PCR 검사법을 교육했고 이튿날인 5일 정확도 평가를 실시했다. 7개 검체를 각 기관에 보내 진단시약으로 검사한 결과를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52개소 중 5개소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1개소는 일부 결과값이 틀려 최종 46개소(수탁검사의료기관 8개소)가 선정됐다.

추가 검사기관도 같은 과정을 거쳐 정확도 평가를 통과한 곳만 선정했다. 27일 기준 검사기관은 77개소로 확대됐다.

진단검사의학회, ‘애매한 사례’ 논의하는 중앙판정단 운영

진단검사의학회는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의 정확도를 95% 이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rRT-PCR 검사에서 음성과 양성 경계선인 애매한 수치(Ct값)를 보이는 사례에 대해 논의하는 중앙판정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세브란스병원)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하고 rRT-PCR 검사를 시작하는 데까지 18일 정도 걸렸다. 많은 사람이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긴급사용승인제도는 미국과 유럽에도 있다. 하지만 RT-PCR 검사 역량을 갖춘 민간 기관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그 많은 실험실이 표준화되고 제도권 내에서 양질의 검사를 하는 수준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가야 한다”며 “현재 양성 진단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민감도가 너무 높아서 증상이 호전돼 가면서 수치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중앙판정단에서 이런 애매한 부분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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