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이사 “N수 너무 작아 의미無”
“민감도보다 특이도 높은 검사 필요”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내 항체 보유율이 0.1%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조사 대상이 너무 적어 부정확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정부도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올해 12월 중순까지 6,0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중 3,055명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번 주 중 공개한다. 1차 공개 대상은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 1차분 1,555건(4월 21일부터 6월 19일까지 수집한 검체)과 지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서남권 내원 환자에게 수집한 검체 1,500건에 대한 검사 결과다.

향후 2개월 단위로 국민건강영양조사 혈청 검사를 실시하고 7~8월 중 대구·경북 건강검진과 연계해 일반 인구 1,000건을 조사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보다 정확한 감염 규모를 파악하려면 1만명 이상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는 지난 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항체검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는 지난 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항체검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세브란스병원)는 지난 3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항체검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는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혈청학적 유병률(Seroprevalence) 조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전반적인 감염 지도와 역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항체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감염된 환자 중에는 유증상자도 있지만 무증상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는 전체 감염자의 반 정도가 진단 시기 무증상이고 그 중 80~90%가 나중에 증상을 보인다”며 정확한 감염 규모를 파악하려면 항체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1500명 중 0.1% 양성? N수 너무 작다
항체검사 대상 최소 1만명 이상이어야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대응하려면 특이도(specificity)가 높은 항체검사를 대규모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 항체 보유율 0.1%였다는 분석 결과가 의미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항체 보유율이 0.1%라고 하면 1~2명 정도 양성이 나온 것이다. 위양성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항체 보유율 0.1%여서 국내 감염자가 5만명이라고 추정했는데 신뢰구간을 적용하면 양성으로 나온 사람은 최소 0명에서 최대 3명 정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감염자는 0~15만명이 될 수도 있다. 큰 의미가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국가적인 데이터라면 적절한 n수를 계산해야 한다. 인구 분포와 성별 분포에 맞춰서 집단을 만들고 랜덤으로 샘플링해야 한다”며 “최소한 1만명 이상은 항체검사를 해야 믿을만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체 환자 중에서 양성으로 진단되는 비율인 민감도(sensitivity)보다 질병이 없는 사람 중 음성으로 진단되는 비율인 특이도가 높은 항체검사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이사는 “어떤 목적으로 항체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민감도와 특이도에 대한 요구 조건이 달라진다.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민감도가 중요하지만 (항체검사에서는) 유병률에 따라 민감도와 특이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항체검사 진단키트는 특이도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영구면역, 과학적 근거 없어

코로나바이러스 특성상 재감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항체 보유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이사는 “코로나19의 영구면역은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중화 항체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재감염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인간에게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중에는 중화 항체가 생겼는데도 재감염 되는 사례가 꽤 있다. 코로나19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획득한 면역력이 사라지는 것을 Waning이라고 한다. 백신을 맞은 뒤 면역이 생겼더라도 부스터 백신을 접종하라고 하는 이유도 Waning 때문”이라며 “지난 2003년에 유행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도 환자 대부분이 면역이 생긴 지 1년여 만에 면역이 사라졌다. 코로나19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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