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52%, 흉부외과 43% 의원·요양병원 등 근무
“외국 가서 수술 받는 상황 생기기 전에 대책 마련해야”

수술실을 떠나는 외과·흉부외과 전문의가 늘고 있다. '멸종 단계'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술실을 떠나는 외과·흉부외과 전문의가 늘고 있다. '멸종 단계'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술실에 있어야 할 외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10명 중 4명은 개원가에 있었다. 어렵게 전공의를 확보하고 신규 전문의를 배출해도 전공과 관련 없는 진료를 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외과와 흉부외과의 현실이다.

청년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통계 ‘지역·종별 전문과목별 전문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과 전문의의 52.4%는 의원이나 요양병원, 한방병원 등에 근무하고 있었다. 흉부외과 전문의도 42.5%가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 등에 있었다.

외과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보다 의원에 더 많이 있었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다음으로 의원에 많았다.

2019년 12월 기준 외과 전문의는 총 6,306명으로, 이들 중 39.6%인 2,500명이 의원에 있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있는 외과 전문의보다 많은 숫자다. 상급종합병원에는 17.4%인 1,100명이, 종합병원에는 20.7%인 1,30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흉부외과도 상황은 비슷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총 1,137명 중 30.5%인 347명이 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354명(31.1%)으로 의원보다 7명 많았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26.4%인 300명이었다.

그러나 흉부외과는 외과에 비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가 총 654명으로 의원보다는 많았다.

또한 외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모두 병원보다 요양병원에 더 많이 소속돼 있었다. 병원에 있는 외과 전문의는 600명(9.5%)인 반면 요양병원 소속은 745명(11.8%)이었다. 흉부외과 전문의도 병원에는 54명(4.7%) 있었지만 요양병원에는 69명(6.1%)이 근무하고 있었다.

외과 전문의 29명은 한방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기도 했다.

지방일수록 외과나 흉부외과 전문의를 구하기 힘들다는 지적은 통계에도 나타났다.

외과 전문의 4명 중 1명인 24.3%(1,534명)가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19.5%인 1,231명은 경기 지역에, 5.1%인 319명은 인천 지역에 있었다. 수도권 지역에만 전체 외과 전문의의 48.9%가 몰려 있는 것이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2명 중 1명(50.1%)이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에 있었다. 전체 흉부외과 전문의의 26.9%인 306명이 서울에, 18.2%인 207명이 경기에, 5.0%인 57명이 인천에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통계 자료 분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통계 자료 분석

“외국 가서 수술 받는 상황 생기기 전에 대책 마련해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상계백병원)은 “흉부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는 분배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수련 기간에 배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개원을 하거나 요양병원 등에 취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관련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문제다.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니 병원 입장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를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여러 명이 참여해야 하는 수술도 혼자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같은 지적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흉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정부와 정치권 차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아닌 곳에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 중) 일부분은 말초 혈관 수술을 하고 대부분은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지금 의료시스템 내에서는 방법이 없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멸종 단계이고 외국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가 신이 아닌 다음에는 환자를 100% 다 살릴 수 없다. 의료사고로 소송이 진행되고 10억원 이상 배상해주는 일이 생기면 병원장은 흉부외과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며 “소아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도 전국에 5~6군데 밖에 안남았다. 정치권이나 복지부에서 어떻게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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