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 사업’ 경쟁률 2대1
참여 교수·의대생들 만족도 높아…“소중한 경험”
“일회성 지원 사업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

기피과 중에서도 기피과로 불리는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지만 그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예비의사’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의대생 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외상·소아심장 분야에 관심 있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임상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이번 사업에는 전국에서 총 286명이 신청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10개 병원에서 최종 선발한 의대생은 135명으로 경쟁률은 2.1대 1이었다.

매년 전공의 모집에서 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청년의사가 조사·분석한 ‘2022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도 외과 지원율은 59.7%, 소청과는 23.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선택하는 세부 전공이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다.

하지만 2.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에서 2주간 임상실습을 한 의대생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 전문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꼭 실현하고 싶다는 의대생도 있었다.

지난 14일 열린 ‘의대생 대상 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 사업 성과보고회’에서 공유된 의대생 실습 참여 모습들 취합.
지난 14일 열린 ‘의대생 대상 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 사업 성과보고회’에서 공유된 의대생 실습 참여 모습들 취합.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4일 개최한 ‘의대생 대상 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 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의대생들이 보인 반응이다. 공단이 참여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7.8%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다른 의대생들에게도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학생들을 2주간 가르친 교수들도 실습지원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공단이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83.3%가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도 16.7%였다. 재참여 의사도 높았다.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실습한 충남의대 본과 1학년 양승유 학생은 "외과를 거쳐 외상외과 전문의가 돼서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선배 의사들은 아직 현실을 잘모른다며 어설픈 정의감에 휩싸인 학생으로 생각하더라"며 "외상외과를 경험하면서 감동이었던 순간이 많았다. 힘들고 고생했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외과를 하고 싶다는 확신을 얻게 돼 뿌듯했다. 존경하는 교수님들이 겪는 힘든 일을 같이 겪을 수 있는 한명이 되고 싶다"며 "나와 같은 사람이 숨어 있을 것이다. 교수님들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소중한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분명 더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심장 실습을 했던 인제의대 의학과(본과) 2학년 류창균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내용에서 더 나아가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좋은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에도 실습지원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예산은 7억4,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됐으며 대상 분야는 외상과 소아심장에서 감염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여름방학 기간 8주간이던 실습 기간을 여름과 겨울방학으로 나눠서 4주씩 진행하고 참여 기관 선정 시 권역별 배분도 고려할 방침이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진상인 사무관은 이같은 추진 방향을 발표하며 이번 사업이 지속성을 갖고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번 실습지원 사업이 외상외과나 소아심장 전문의 양성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사들이 외상외과나 소아심장 분야를 전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소아심장학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배출된 소아심장 세부전문의는 총 264명(소아심장내과 190명, 소아흉부외과 74명)이며 이들 중 167명이 현직에 있다. 소아심장 세부전문의인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는 소아심장 실습에 참여한 의료인 총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소아과학 영역에서 응급도와 중증도가 높아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이 걱정되는 신생아중환자분과와 혈액종양분과에도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장성욱 교수(흉부외과)는 "미래 파트너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회였다"며 "의대생들이 의사면허를 따고 난 후에도 희망을 갖고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정경원 교수(외상외과)는 “장기적으로 교육하려면 백년지대계는 아니더라고 5~10년 계획은 나와야 한다. 이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감염 분야로 확대한다고 하는데 한번 들어왔다가 다시 빠지는 게 더 문제다. 의대생 실습 지원이지만 인턴과 전공의를 마치고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를 전공하도록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 UCSD(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병원 트라우마센터에는 10명이 넘는 전공의가 파견을 온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병원에서 중환자를 진료한다”며 “부럽다. 그와 다른 한국 의료현실에 실망하고 절망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이 유행처럼 하나의 이벤트로 지나가서는 안된다. 필수의료 분야 인력 양성 계획이 일회성이나 유행으로 지나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에 복지부도 외상, 소아심장 등 기피과이면서 필수의료 분야를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기피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는 흉부외과와 더불어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업을 외상과 소아심장, 감염 분야로 더 확대해서 미래 의료인력들이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쪽에 더 많이 지원하고 배출된 후에도 그 분야에서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실습지원 사업으로 국한되지 않고 필수의료 분야, 특히 갈수록 전공의 지원자가 주는 외상, 소아심장, 흉부외과 등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나라 의사 명맥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갖고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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