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죽음’을 말하는 슬프고도 유쾌한 문장들
데이비드 재럿 저/김율희 역/윌북/320쪽/1만5,800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사람은 별로 없다. 삶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만, 그 속에 죽음은 배제돼 있다.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이 무엇인지 정도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신간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은 40년 간 내과의사이자 노인의학 전문의로 일한 데이비드 재럿이 가족으로서, 의료인으로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죽음을 33가지 이야기로 담은 책이다.

데이비드 재럿 박사는 영국, 캐나다,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했으며 30년을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 노인병학, 뇌졸중 분야 전문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책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자세, 부족한 의료시스템, 무의미한 연명의료 등에 대해 고민할거리를 던진다.

현대 의학의 발전은 생의 시간을 늦췄지만 그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노인의 수를 늘렸다.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지 미처 준비하지 못하거나, 준비하더라도 가족들의 반대로 무의미한 치료를 지속하기도 한다.

저자는 노인 의학 전문의로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길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자연을 거스르며 고통을 연장하기보다는 국가와 사회, 개인이 각자 위치에서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는 모두 살지만 반드시 죽는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영국식 블랙 유머로 승화시킨 점도 돋보인다.

치매를 앓으면서도 고품격 유머를 구사하는 환자, 죽기 직전까지도 쾌활한 농담을 건네는 환자 등 생과 사가 공존하는 병원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삶의 단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죽음을 미화 하거나 억지 교훈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또한 죽음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책을 통해 두렵기만 하던 죽음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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