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장 “비난 여론 이해 안돼”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데 왜 공공의료인가”
파업에도 영국 정부 입장 안바뀌자 의사들 떠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의사들이 두 차례 파업을 가졌다. 이를 두고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의사를 두고 ‘공공재’ 논란도 벌어졌다. 한 재영(在英) 의사는 이 같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비가 아닌 자비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이들에게 왜 공무원처럼 행동하길 바라느냐는 것이다.

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장은 지난 1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영국 전공의들이 네 차례나 파업을 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02년 버밍엄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노팅엄대학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해 연수 목적으로 한국에 온 박 전 회장은 현재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연구교수로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영국에서 있었던 네 차례의 전공의 파업에 동참했었다. 당시 외과 전공의였던 박 전 회장은 영국 정부가 전공의 인력을 활용해 의료기관들이 주말에도 평일처럼 환자를 진료하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주7일제가 도입되면 근무시간은 늘지만 급여는 오히려 줄기 때문에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회장에 따르면 당시 영국 전공의들은 정부와 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정책을 강행하자 결국 2016년 네 차례나 파업을 했다. 영국은 의사노동조합이 있다. 전공의 파업에도 정부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공의들이 영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영국 의사 면허를 인정하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등으로 떠나 그곳에서 환자를 진료했다.

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장은 지난 14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영국 전공의 파업과 한국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장은 지난 14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영국 전공의 파업과 한국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국 정부는 2016년 가을 정책을 밀어붙였다. 파업까지 했는데도 바뀌지 않으니 전공의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2017년 전공의 수는 전체 의대 졸업자의 5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그 비율이 30%까지 내려갔다. 의대 졸업자 3명 중 2명은 전공의 수련을 영국에서 받지 않아 전문의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만 9,000명의 주니어 의사가 영국을 떠났다.”

영국에서 한 해 배출되는 의사가 8,000명인데 이보다 많은 의사가 영국을 떠난 셈이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료 환경이 개선되지도 않았다. 전공의 근무시간은 늘었지만 간호사나 방사선사 등 다른 종사자들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이 지난 2020년, 그는 한국에서 또 다른 전공의 파업을 지켜봤다. 그리고 의사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도 경험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의사 파업에 대한 비판이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나왔다면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은 의사를 국민 세금으로 양성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자기 돈 내고 의대를 가고 트레이닝을 받는다.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데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 시민들이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처럼 좋은 의료서비스를 싼 값에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또 한국인 성향에 맞게 빨리빨리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는 “영국은 모든 의사들이 공공의료체계 안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국립 병원에서 일한다. 하지만 한국은 99%가 넘는 의사가 민간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데 정부는 공공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지원하고 책임져야 공공의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정부가 결정권만 갖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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