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알룬브릭 특장점 강조
"넓은 획득 내성 유전자 변이 커버리지와 우수한 CNS 반응률 가져"

"현재까지 밝혀진 ALK 획득 내성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여러 치료제 중 알룬브릭은 가장 넓은 획득 내성 유전자 변이를 커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크리조티닙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60~65%가 치료 과정 중 뇌전이를 경험하게 되는데, 알룬브릭의 독특한 DMPO(dimethylphosphine oxide) 분자 구조는 뇌혈관장벽 투과율을 높여 우수한 중추신경계 반응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환자들의 생존 기간 연장과 뇌전이 조절 측면에서 알룬브릭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 옵션으로 혁신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진단상의 한계점과 발전 현황, 1~2차 치료옵션으로서의 다케다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의 특장점과 임상적 의의 등을 설명했다.

오인재 교수는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에 재직 중이며, 올 하반기 동안 카이스트 의과학연구원 면역 연구실에서 신의철 교수 지도하에 연수를 받고 있다. 최근 새로운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수요가 높아진 면역학적 바이오마커(immunological biomarker)에 대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 진단에 있어서 액체 생검이 임상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과 달리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진단법의 발전은 좀 더 더딘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률에 있다. 폐암은 비흡연자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흔히 동반된다. 그중 우리나라에선 30~40% 확률로 EGFR 변이는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ALK 변이는 3~5% 정도에 불과해 환자 자체가 희귀하다.

또, ALK 양성 진단에 액체 생검이 적합하다는 연구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EGFR 변이보다 ALK 변이를 찾는 것이 더 힘들다는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 EGFR 변이는 DNA 염기서열의 특정 부위에 아미노산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이고 실험도 용이하다. 그러나 ALK 변이는 진단 시 RNA를 통한 작업이 필요하다. ALK 유전자 이상은 염기서열의 변형이 아니라 전좌(translocation)와 재배열(rearrangement)이라는 역동적인 현상이어서, 이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 현재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진단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한계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종양 조직에서 FISH(Fluorescence In Situ-Hybridization, 형광제자리부합법)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표준이다. FISH 검사는 형광 현미경을 통해 세포 내 염색체가 전좌된 것을 직접 관찰하는 방식이다. 현미경 슬라이드에서 암세포 100개 이상을 선정하고, 세포마다 전좌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다음, 총 15% 이상의 세포에서 전좌가 있다고 분석되면 ALK 양성으로 진단한다. 이런 과정이 병리의사에게는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검사 방식이다. 어느 정도 기술력이 갖춰진 병원에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FISH 결과에 대한 해석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검사 결과가 14%면 ALK 표적치료 보험적용이 불가능하고, 16%면 가능하다. 모든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유익한 치료 혜택이 제공되길 희망하기 때문에 결과 보고서에 14%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준값(cut-off value)이 15%로 정해진 것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인위적인 기준이다. 따라서 개별 환자를 치료할 때는 임상의사와 병리의사의 협진을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FISH 검사는 형광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암실에서 관찰해야 한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벤타나 ALK (D5F3)' 동반진단 검사는 면역조직화학 분석법을 통해 폐암 조직에서 ALK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식이라 암실처럼 별도로 특수한 환경을 갖출 필요가 없어져 상대적으로 조금 더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 ALK 면역 진단에 비해 항체의 민감도도 개선된 진단 기술이다. 벤타나 검사법이 허가돼 의료진의 진단 부담도 낮아지고 환자들의 편의성도 향상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또 다른 제약이 있다. 벤타나 검사는 기존 병리과의 진단 면역염색과는 호환되지 않아 별개의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에선 FISH 검사를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현재 알룬브릭은 국내에서 크리조티닙 이후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아 사용 중이며, 조만간 1차 치료제로의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알룬브릭은 어떤 약인가.

알룬브릭의 가장 큰 특징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존 ALK 표적치료 이후 획득 내성이 생겼을 때 이를 폭넓게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다른 치료 옵션에 비해 우수한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 반응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이 알룬브릭의 핵심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진단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진단되기만 하면 표적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 표적치료제는 TKI(tyrosine kinase, 티로신 키나제)에 결합해 질환 진행을 억제한다. 그러나 질환이 잘 억제되다가 약효가 떨어지는 시점이 오는데, 이를 획득 내성이 발생했다고 한다. 획득 내성이 발생하는 단계의 환자들은 DNA 염기서열분석(DNA sequencing) 검사를 시행하면 어떤 DNA의 염기서열 변화로 인해 치료 효과가 떨어졌는지 알아낼 수 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등의 DNA 검사를 통해 내성이 생긴 원인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ALK 획득 내성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여러 치료제 중 알룬브릭은 가장 넓은 획득 내성 유전자 변이를 커버할 수 있다. 이것이 알룬브릭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0%가 진단 시 뇌전이를 동반하는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선 그 비율이 훨씬 높다. 일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생존 기간이 짧아 뇌전이를 경험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들은 치료가 오래 지속될수록 생존 기간도 연장된다. 명백한 이점이 있지만 뇌전이를 경험하게 될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치료 시 뇌전이 조절이 필수적이다.

치료 약물이 CNS에 도달하려면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약물 성분은 이를 통과하기 어렵고 특정 화학 구조를 보유한 약물만이 BBB를 통과해 CNS까지 전달될 수 있다. 알룬브릭은 독특한 DMPO(dimethylphosphine oxide) 구조를 갖고 있어 CNS 도달률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알룬브릭 성분이 BBB를 통과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촬영한 영상이나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한 연구는 없지만 간접적인 증명은 가능하다.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알룬브릭의 치료 반응률이 높다는 임상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된 알룬브릭의 두개내 전체반응률(ORR)은 67%이며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8.4개월로 나타났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알룬브릭의 CNS 반응률이 기존 치료 옵션 대비 우수하다는 보고들이 누적되고 있다.

크리조티닙이 최초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만큼, 이와 관련해 누적된 데이터가 많다. 크리조티닙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60~65%가 치료 과정 중 뇌전이를 경험한다는 연구 데이터가 있다. 알룬브릭이 우수한 CNS 반응률을 갖고 있다 보니 진단 시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와 치료 중 뇌전이가 발생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허가사항 및 보험급여 등을 고려했을 때,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과 뇌전이 조절 측면에서 알룬브릭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 옵션으로 혁신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 1차 치료제로서 알룬브릭의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1차 치료 옵션으로서 알룬브릭은 알렉티닙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두 치료제를 직접비교(head-to-head)한 임상시험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 전에 2차 치료 옵션으로서 알룬브릭과 알렉티닙을 비교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크리조티닙 이후 알렉티닙을 투여한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7.1~9.6개월이었으며, 크리조티닙 이후 알룬브릭을 투여한 경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6.7개월이었다. 약 2배에 가까운 차이다. 2차 치료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알룬브릭이 유리한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치료에서 두 치료 옵션을 비교했을 때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미지수다. 획득 내성을 억제하는 변이 커버리지가 넓다는 장점으로 미루어 볼 때, 알룬브릭이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한 결론은 알룬브릭의 최종 임상 데이터가 나와야 하겠지만 지금 확정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섣부른 움직임이다.

임상 데이터를 떠나 복용 편의성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알렉티닙은 오전에 4캡슐, 저녁에 4캡슐, 총 8캡슐을 복용해야 한다. 알룬브릭은 하루에 1회, 1정을 복용하면 된다. 또 한 가지 차이는 이상반응으로 인한 부담이다.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폐암의 경우 여성 환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아시아 국가, 일본이나 우리나라 환자들은 서양 환자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데, 이런 요인도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예로 일본에서 알렉티닙의 임상시험을 진행했을 때, 기본 권장 용량의 절반인 하루 4캡슐만 복용했고 일본 내 실제 허가사항도 4캡슐을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양의 기준을 따라 동일하게 하루 2회 8캡슐을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보니 체구가 작은 고령 환자들은 이상반응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권장 용량대로 복용했을 때 다리에 힘이 빠진다거나 저린 말초신경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고령 환자들은 원래도 신경통, 관절통을 많이 겪지 않나. 때문에 약을 복용한 후에 말초신경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겐 용량을 줄여서 투여하는 케이스도 있다.

알렉티닙이 주요 임상을 통해 약 3년에 가까운 무진행생존기간을 확인하면서 처음으로 1차 치료 허가를 받았을 때 매우 혁신적인 치료제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이상반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되면, 1차로 이상반응이 적은 크리조티닙을 사용하고 2차로 알렉티닙을 복용하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케이스도 경험한 적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는 알룬브릭이 1차 치료 허가를 받는다면 환자들의 치료 편의성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알룬브릭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떠한가.

알룬브릭도 호흡기 관련 이상반응이 존재한다. 2020년 6월 발행된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에 지금까지 알룬브릭 임상연구에 참여한 약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상반응을 조사한 통합 분석(pooled analysis) 결과가 게재됐다. 분석 결과 알룬브릭의 2상, 3상 임상에서 EOPE(Early-onset pulmonary events)를 경험한 환자들은 각각 6%, 3%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않는 확률이긴 하지만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이상반응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약을 투여하고 1~2주 내에 이상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복용을 중단하고 스테로이드나 항생제를 처방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EOPE 이상반응이 호전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알룬브릭을 재투여했을 때 50% 정도는 동일한 경험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치료 유지 가능했고 나머지 절반은 영구적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즉, 일단 관련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알룬브릭 복용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치료 환경에서는 임상시험에서보다 이상반응 빈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은 어느 정도 컨디션이 좋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처방 후 1~2주 동안은 의료진이 세심하게 환자 상태를 추적하며 관련 이상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복용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해당 이상반응을 제외한다면, 장기적으로 알룬브릭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것 같다.

- 앞으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패러다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유병률이 매우 낮은 희귀 질환이다. 폐암에 속해 있지만 워낙 특징이 독특해 아예 폐암과 다른, 별도의 질환으로 분류해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귀질환으로 분류하여 관련 신약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약사와 논의해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대다수의 일반 폐암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급여 적용을 하는 것은 소수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겐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의료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난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분자진단 기술이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인식이 생겼고,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높아졌다고 본다. 국내 종양 관련 의료전문가들도 해외 수준에 뒤쳐지지 않는, 수준급의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으니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함께 힘을 모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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