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문의에 업무 마비…“발병률 매우 낮고 치료 가능” 과한 공포감 우려

엘러간의 인공유방보형물을 이식한 사람들 사이에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일선 성형외과의원에 상담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가슴성형 수술을 주로 하는 성형외과의원들은 엘러간 인공유방보형물과 관련된 상담으로 다른 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가슴성형 수술 자체를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의원은 홈페이지에만 하루에도 수십건씩 엘러간 인공유방보형물 관련 문의 글이 올라와 답변하기 버거울 정도라고 했다. 또 직원들이 하루 종일 상담 문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다른 일을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류 발급 업무도 늘었다. 엘러간 대상 집단소송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수술 확인증 등 관련 서류를 발급해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엘러간 인공유방보형물에 대해 과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엘러간의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인 ‘BIOCELL Textured(바이오셀 텍스처드)’가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reast Implant Associated - 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BIA-ALCL)’ 유발 가능성으로 회수 조치됐지만 질환 자체의 발병 빈도가 매우 낮고 완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성형외과학회도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도 BIA-ALCL 발생위험이 낮고, 제거수술 관련 마취,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 위험성을 고려할 때 증상이 없는 환자가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BIA-ALCL은 발병 빈도가 매우 낮고, 발병 초기에 보형물 및 피막 제거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항암제 치료나 방사선 치료 없이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BIA-ALCL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는 모습이다. 엘러간 상대 집단소송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급증했다. 지난 16일 420명이었던 ‘엘러간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 가입자는 20일 현재 3,100명으로 7배 이상 늘었다.

대한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 이상달 회장(엠디클리닉)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내린 리콜 조치는 의사들에게 더 이상 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증상이 없는데도 보형물을 제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BIA-ALCL 발병률은 매우 낮고 치료도 유방암에 비해 간편하다. 가슴 수술을 한 후 1~2년 정기적으로 유방검진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FDA가 엘러간의 바이오셀 텍스처드 리콜 조치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7월 26일 BIA-ALCL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담은 영상을 추가로 촬영해 올릴 예정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도 과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성형외과의사회 윤원준 부회장은 “처음에 BIA-ALCL을 ‘희귀암’이라고 했는데 치료하기 힘든 암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다른 림프종보다 착해서 치료도 잘 된다”며 “2기까지는 보형물을 제거하고 피막까지 제거하면 완치된다”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정신적으로 패닉에 빠지는 것이다. 공포감 때문에 증상이 없는데도 보형물을 제거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거수술 관련 마취,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을 고려하면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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