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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발생해도 강원도로 가야서울·경기 지역에 중환자 치료할 고압산소치료실 하나도 없어
전문가들 “낮은 수가로 손해 보는 구조 때문…권역별 하나씩은 있어야”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8.12.19 13:42
  • 최종 수정 2018.12.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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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등학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사고 발생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고압산소치료를 가장 잘하는 곳으로 꼽히는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있는 강원도라는 점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권에서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어도 환자를 강원도로 이송해야 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의식을 잃은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의식이 없는 중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고압산소치료실에 같이 들어가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는 수가 구조가 고압산소치료실(고압산소챔버) 품귀 현상을 불러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챔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서울·경기 중환자 치료할 고압산소치료실 없어

대한고압의학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 기준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총 26개소다. 이 중 의식이 없는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12개소다. 하지만 공군항공우주의료원과 해군해양의료원은 군인과 경찰만 사용할 수 있으며 경남 신세계로병원은 담당 의료진 부재로 시설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현재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운영하는 곳은 9개소뿐인 셈이다.

특히 가장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이 하나도 없다. 서울아산병원과 구로성심병원, 한양대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이 고압산소치료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모두 1인용으로 중환자는 치료하기 어렵다.

서울의료원 박상현 응급의학과장(대한고압의학회 보험이사)은 “이번 강릉 펜션 사고처럼 호흡부전이 있거나 의식이 없는 환자가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때는 의료진이 같이 들어가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며 “1인용은 환자 1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여러 장치들이 필요한 중환자를 치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 강릉이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전문가는 “있어서는 안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나마 강릉이어서 다행이었다. 서울이나 경기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도 강릉아산병원이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송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해도 강릉이나 원주로 이송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낮은 수가로 손해만 보는 고압산소치료실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이유는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압산소치료 수가가 낮고 적응증도 제한돼 있어 고가의 장비를 설치해서 환자를 치료해도 수익이 나기 어렵다.

고압의학회에 따르면 1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설치하려면 2억원, 10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은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또한 의사 1명과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1명, 장비 운영자 1명 등 3명이 한 조로 24시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수가는 환자 1인당 10만원 정도였으며, 그 마저도 같은 날 반복된 치료는 1회만 인정했다.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평균 2시간 30분 걸리는 만큼 ‘박리다매’로 수익을 올릴 수도 없는 구조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는 “일산화중독뿐 아니라 당뇨발이라고 하는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에도 고압산소치료가 효과적이지만 급여 기준에는 포함도 있지 않다”며 “수가도 너무 낮다. 낮은 수가에서 수익을 내려면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데 고압산소치료는 환자 1명 치료하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압산소치료실 설치에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수가가 낮아 수익을 낼 수 없으니 병원들이 관련 장비를 들여놓기 꺼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고압의학회의 오랜 요구로 내년에는 수가가 인상될 예정이다. 1월부터는 급여기준도 횟수 제한이 풀리고 적응증이 확대돼 일산화탄소 중독과 잠수병 외에도 당뇨병성 족부궤양, 만성 난치병골수염 등에도 보험이 적용된다.

“권역별로 고압치료실 하나씩 운영돼야”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게 고압의학회의 지적이다.

고압의학회 김기운 정책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는 “연탄가스 사고가 많이 발생하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압산소치료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이 우리나라였다. 하지만 연탄 난방이 급감하면서 고압산소치료실도 줄었다”며 “최근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기도 문제뿐만 아니라 방사선치료 후 생기는 피부 괴사 등을 치료하는데 고압산소치료실이 필요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설치하는 병원이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그동안 꾸준히 급여기준 개선과 수가 인상을 요구해 내년에는 수가가 인상되고 적응증은 미국 수준으로 확대되긴 한다”면서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고압의학회 허탁 회장(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은 권역별로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 하나는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고압산소치료실은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 최소한 권역별로 하나씩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고압산소치료실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도 크지만 이를 유지 운영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경영에 영향 받는 개별 의료기관에 이런 문제를 맡겨둔다면 고압산소치료실의 절대적인 수량 부족과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국가와 지역의 정책적인 판단에 의해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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