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수가 30만원, 일본은 50만원, 한국은 10만원…CO중독·잠수병 외 당뇨성 족부궤양 등에 적용

고등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사고로 우리나라 고압산소치료의 실상이 드러났다(관련 기사: 청와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발생해도 강원도로 가야).

이번 사고 피해자처럼 의식이 없는 중환자는 보조장치 등이 필요하고 의료진도 같이 들어가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이 필수다. 다인용이라고 해도 앉아 있는 환자가 기준이어서 10인용 고압산소치료실에도 의식 없는 환자는 2~3명 정도 밖에 들어갈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총 26개소다. 하지만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강원도와 부산, 대구, 충남, 경남, 제주 등 6개 시도에만 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는 서울, 경기, 인천에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 16개 시도 중 울산은 1인용 고압산소치료실마저도 하나도 없다.

연탄을 연료로 쓰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300곳이 넘었다. 하지만 연탄가스 중독 환자가 급감하면서 고압산소치료실도 급격히 줄었다.

순천향대부천병원에 있는 1인용 고압산소챔버(위)와 제주의료원에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챔버(사진제공: 대한고압의학회).

반면 미국은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1,000개소가 넘는다. 일본도 500개소가 넘는 의료기관이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아서가 아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환자 외에도 당뇨성 족부궤양 등 다양한 질환에 고압산소치료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원리가 작용한 셈이다.

대한고압의학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은 환자 1인당 고압산소치료 수가가 30만원(300달러) 정도다. 고압산소치료 적응증도 일산화탄소 중독과 잠수병(감압병) 외에도 공기색전증, 압착손상, 중증 빈혈, 두개골 내 농양, 난청, 가스괴저병 등 다양하다. 미국에 1,200개 고압의학센터가 있는 이유다. 이 센터들은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추거나 1인용 시설을 6대 정도 갖고 있다.

일본은 응급환자의 경우 1인당 고압산소치료 수가가 50만원이다. 일본도 고압산소치료 적응증이 난치성 궤양, 방사선 장해, 저산소 뇌증, 돌발성 난청, 장폐색,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등으로 다양하다. 일본에는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500개소 정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낮은 수가로 인해 고압산소치료가 확산되기는커녕 고사 직전에 놓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7년 기준 환자 1인당 고압산소치료 수가는 최대 10만원 정도로 같은 날 반복된 치료는 1회만 인정한다. 적응증도 일산화탄소 중독, 잠수병 등으로 제한돼 있다. 고압의학회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내년 1월부터는 횟수 제한이 풀리고 당뇨성 족부궤양, 두개 내 농양, 만성 난치병골수염 등으로 적응증도 확대된다.

하지만 고압의학회는 강릉 펜션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려면 수가 인상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에 대비해 권역응급의료센터마다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다양한 질환에 고압산소치료를 활용하도록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압의학회 김기운 정책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는 20일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은 지역 의료원마다 고압산소치료실을 설치하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한 조치”라며 “수가도 30만원 정도이고 적응증도 다양해 많은 의료기관들이 고압산소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우리도 재난에 대비해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실을 권역별로 갖춰야 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고압산소챔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고압산소치료실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적자는 보지 않도록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또 “다른 나라는 고압산소치료를 다양한 질환에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고압산소요법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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