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수련병원 51곳 전공의 모집 결과, 소청과 경쟁률 0.98대 1
소아과학회 “저출산, 내과 수련 단축에 오진 의사 구속사건도 영향”

소아청소년과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저출산 여파에도 전공의 정원은 채워 왔던 소청과가 2019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는 미달 사태를 겪었다.

청년의사가 2019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마감일인 28일 전국 주요 수련병원 51개소를 조사 분석한 결과, 소청과 경쟁률은 평균 0.98대 1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소청과전공의 모집 기관은 46개소).

소청과는 최근 몇 년간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적이 없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5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는 정원 219명을 모두 채웠으며 2016년도(정원 213명)와 2017년도(정원 212명)에도 정원을 모두 확보했다. 2018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는 206명 모집에 234명이 지원해 경쟁률 1.14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빅5병원 중 서울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소청과 전공의 13명 모집에 9명만 지원해 경쟁률 0.7대 1로 미달됐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은 정원을 모두 채웠다

지원자가 한명도 없는 병원도 있었다. 강원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 제주대병원, 한양대구리병원은 소청과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경상대병원과 단국대병원, 전남대병원, 충북대병원도 소청과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저출산 영향으로 진료비가 감소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 전공의 모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7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7,807억원이던 소청과의원 급여비는 2017년 7,709억원으로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급여비가 감소한 진료과는 소청과가 유일했다.

올해 상반기도 마찬가지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청과의원 급여비는 4,028억원으로 전년 동기(4,038억원) 대비 0.2% 감소했다.

소청과는 내원일수 감소폭도 가장 커 2017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내원일수가 5.5%나 줄었다. 급여비와 내원일수가 모두 감소한 진료과는 소청과 뿐이었다.

소아과학회 “저출산, 내과 수련기간 단축에 오진 의사 구속사건도 영향”

대한소아과학회도 저출산 여파로 불투명해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공의 지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전공의 수련기간을 단축한 내과로 지원이 몰리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소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고대구로병원)은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소청과는 전공의 지원이 미달된 적이 없었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특히 저출산으로 장래를 걱정한 의사들이 소청과가 아닌 다른 과를 지원한 것 같다”며 “요즘은 전공의 지원을 할 때 장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어려움은 없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은 이사장은 “소청과는 수가가 낮아 대학병원에서도 경영적인 면에서 갈등을 많이 겪는다”며 “신생아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경영지표 이야기를 하면서 뭐하고 있는 거냐는 지적을 받으면 사명감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은 이사장은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은 이사장은 “보통 내과적인 성향을 가진 의사들이 내과와 신경과, 소청과를 두고 고민한다. 그런데 내과 수련기간이 3년으로 줄면서 소청과에서 내과로 전환한 의사들이 꽤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은 이사장은 “내과는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이 많지만 소청과는 병원별로 2~3명 정도다. 그렇다보니 전공의법에 맞춰 당직 근무 등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소아과학회도 3년제를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수련기간을 줄이면 결국 인력이 줄기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 관련 의료사고로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늘면서 소청과 지원을 꺼리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은 이사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성남 J병원 오진 의사 구속 사건 등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턴을 하면서 이런 사건들을 보면 소청과 의사는 할 게 못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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