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새 정부 보장성강화 대책 발표에 제도 문제없나 대책 논의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고 있는 문재인 케어의 비급여 차단책으로 급부상한 신포괄수가제도로 인해 병원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재 신포괄수가제는 42개 공공의료기관에만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민간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적용했을 때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14일 오후 ‘신포괄수가제도 관련 간담회’를 열고 현재 신포괄수가제를 민간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이로 인한 수가 보전이 가능할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렇다 할 방안은 도출되지 않고, 제도의 한계점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범사업만 9년째, 신포괄수가제 어디까지 왔나

정부는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2009년부터 시행 중이다.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결합함으로써 적정진료를 유도해 효율성은 높이고 과소진료로 인한 의료 질 저하는 막겠다는 복안으로, 정부는 특히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보장 확대 등을 기대했다.

실제로 요양급여비용도 포괄수가, 비포괄수가, 가산수가를 합해 산정하고 기준점수, 점수당 단가, 조정계수, 정책가산 등의 보상기전을 갖췄다.

이를 테면 평균재원일수 이하일 경우 기준수가만 주어지고, 평균재원일수를 초과하면 일당 수가를 추가로 적용하는 형태로 효율성과 보장성 등을 충족시키겠다는 설계였다('신포괄수가제 정책가산 조정방안 연구(연구책임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고서).

하지만 거듭된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수가 모형은 물론 정책가산, 조정계수까지 전반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준점수를 공단 일산병원 1곳을 기준으로 선정해 대표성 논란이 일어난 바 있고, 단가 10만원을 기준으로 포괄과 비포괄 영역을 구분해 고가진료가 사실상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비포괄 대상의 원가 보상수준이 80% 수준에 그쳐 공급자들의 수용성이 낮다는 점과 과소 이용 문제가 남아있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시범사업 초기 공급자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가산도 도마에 올랐다.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역할 수행에 따른 적자, 이른바 착한 적자를 메워준다는 취지의 정책가산이 초기 기관 당 5%에서 2015년부터는 35%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지방의료원의 수용성은 높일 수 있었지만, 의료질 향상을 유도하는 기전은 부족했고, 불필요한 진료량 관리 기전으로서의 역할도 못했다.

이에 최근 신포괄수가제도에 대한 개선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차적으로 2016년 1월부터 포괄과 비포괄을 구분하는 기준 단가 10만원을 없애고, 포괄과 비포괄 영역을 재설정하는 등 수가모형이 개편됐다.

현재는 정책가산과 조정계수 개편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신포괄수가제를 국·공립 및 민간의료기관으로도 확대·시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이처럼 신포괄수가제는 제도 도입 이후 끊임없이 개선점이 드러나면서 민간의료기관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합리적인 보상을 전제로 구체적인 결과물이 시범사업을 통해 도출돼야 병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은 최근 심평원이 공개한 ‘표준화 등 효율적인 진료비용 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연구책임자 대한의학회 이윤성)’에서도 나타났다.

새 정부는 비급여 문제를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일부 해소하려고 하지만 민간병원에 포괄수가를 적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원으로 설립해 DRG로 운영비용을 책정하는 유럽이나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민간에서 병원을 설립·운영하기 때문에 병원마다 다른 설립비용을 DRG 당 수가로 고정시킬 경우 병원 손실이 불가피하다.

즉, 투자를 많이 한 병원은 신포괄수가의 수준이 보상에 미흡할 수밖에 없고, 투자를 적게 한 병원으로서는 투자 대비 수가로 더 많이 보상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의학회는 보고서를 통해 "포괄수가제나 또는 신포괄수가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원가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코딩지침에 따라 진단명을 부여하고 난 뒤, 이를 분류체계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10년 이상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활용이 가능한 DRG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가 분석 한계...비급여 통합관리 등 과제 산적

이같은 점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과도 연관된다.

비급여를 급여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급여의 표준화와 분류체계 개편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심평원이 이같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비급여 정보 제공 및 표준화 역시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기초로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비급여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666개소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공개되는 항목은 107개 수준이다. 이마저도 의료기관별 진료과, 빈도, 장비수준 등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의료기관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비급여 가격도 제각각이라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앞선 의학회 보고서에서도 상급종합병원 7개소와 종합병원 3개소 등 10개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비급여 항목 및 금액 자료 분석 결과, 공개된 항목 10개 중 1개는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동시에 게재돼 실제 행위 값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된 바 있다.

병원간 가격 비교 뿐만 아니라 병원 내 가격 차이 또한 세분화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연구진은 "한개의 병원에서 성형수술이라는 이름 하에 최저 1만원부터 최대 1,500만원까지 비급여 가격 차이를 두고 있다"라며 "실제 어떠한 행위가 포함된 것인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비급여 가격 공개와 관리를 위해서는 각 행위에 대한 정의부터 행위 서비스 단위에 대한 정의를 포함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연구진은 지금이라도 비급여 자료수집 단계에서부터 행위명의 영문, 한글명 수집과 FSN(Rully Specified Name)을 수집하고 가격, 빈도도 함께 수집해 입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급여 분류체계 표준화를 위해서는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조사를 시행해 한시적 비급여 표준 분류체계를 개발하고, 향후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비급여 표준화, 원가 파악 등을 비롯해 신포괄수가제의 개선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병원계에서는 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

병협 한 관계자는 “그간 신포괄수가제는 지방의료원에 한정된 사업으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새정부 발표에 따라 어떠한 모형인지, 원가보상이 가능할지 등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근에서야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서 민간의료기관에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했을때의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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