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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은 그냥 건물이 아니다”…'메디컬 플래너' 주목국내 최초 의료 분야 특화한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병원 건축 전문가 양성

병원은 일반 건물과 다르다.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자 생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단순히 필요에 따라 공간만 나눠서는 안된다는 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병원 건물이 설계단계부터 일반 건물과 달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병원 건축 설계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많지 않다. 1990년대 후반 삼상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들어서기 전까지 병원 건축이 주목을 받지 못한 탓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양대가 국내 최초로 의료 분야에 특화된 ‘의료공간디지인학과’를 개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 건축과 관리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이 학과의 목표다. 건양대는 지난 2012년 3월, 기존 건축학과와 인테리어학과를 ‘의료건축디자인공학과’로 통합 개편했으며 이듬해인 2013년 3월 현재 명칭인 의료공간디자인학과로 틀을 확립했다.

건양대는 병원 건축 설계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문 인력도 양성하기 위해 3학년 때 의료공간디자인과 의료공간디자인관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무경험을 중요시하는 것도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의 특징 중 하나다. 건양대병원이라는 최적의 실습 장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의료공간디자인학과 있는 의료공과대학을 대전 메디컬 캠퍼스로 이전했다(의료공간디자인학과 1학년은 2018년부터 대전에서 수업). 건양대병원이 2020년 완공 예정으로 건립하고 있는 새 병원도 학생들에게는 최적의 실습 장소다.

건양대병원뿐이 아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충남대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계룡건설, 정림건축, 삼우설계 등 병원 건축 설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건축설계회사의 노하우를 배우는 교육과정도 마련했다.

3학년 2학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병원을 설계해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300병상 규모로 지방의료원을 설계했다. 지방의료원이 없는 대전 지역 상황을 반영한 과제였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적용된 병동을 설계하기도 했다.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만든 지방의료원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모형은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MES 2017(제34회 국제의료기기ㆍ병원설비전시회)에 전시됐다.

건축학과와 병원을 모두 갖고 있는 대학은 많지만 이 두 개를 접목시켜 특화한 곳은 건양대가 유일하다.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 이현진 교수를 만나 병원 건축에 특화된 학과를 개설한 이유와 추구하는 바에 대해 들었다.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설계한 지방의료원 등이 지난 16~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MES 2017에 전시됐다.

- 의료공간디자인학과를 개설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병원 건축 붐이 일어난 게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이 생기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그 전에는 우리나라 건축사무소에서는 병원 건물에 손을 못 댔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회사들과 협업해서 디자인은 그들이 하고 우리는 국내 실정에 맞게 디자인되도록 서포트하는 수준이었다. 그 이후부터 국내에도 병원 건축설계 디자이너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병원 설계는 굉장히 어렵다. 각 진료과의 특징과 이용하는 환자들, 질병 등을 다 알아야 공간을 설계할 수 있다. 한 가지 유형의 환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 보호자는 물론 의료진 등 몇천명이 움직이는 곳이 병원이다. 일반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병원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메디컬 플래너가 있지만 우리는 이제야 몇몇 대형 설계사무소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반적인 건축학과나 인테리어학과에서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우리 대학에서는 특화시켜 전문적인 메디컬 플래너를 키워보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의료공간디자인학과’가 탄생했다.

- 의료공간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아직은 친숙하지 않다. 공간디자인이라고 하면 소프트한 인테리어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그 자체를 말하기 때문에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무궁무진하다. 몇몇 대학에도 공간디자인학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기에 의료를 접목한 곳은 없다. 건축과 인테리어를 포함한 공간디자인이라는 개념에 의료를 특화한 게 의료공간다지인이다.

- 병원 건축 설계 등을 전문으로 하는 메디컬 플래너가 왜 필요한가.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 이현진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학과의 특징과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건양대병원이 짓는 새병원을 예로 들면, 영상의학과 위치를 두고 의사, 디자이너 등과 함께 일주일 넘게 고민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엑스레이(X-ray)를 찍기 때문에 영상의학과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이 달라진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엘리베이터 등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각 진료과도 요즘은 센터화 되고 있다. 일부 의료장비는 방서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콘크리트벽을 1m 두께로 하고 그 안에 차폐판도 대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장비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감안해서 설계해야 한다.

병원은 근거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함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환자가 낙상하지 않도록 침대를 어떻게 놓을지, 의사가 손을 씻을 세면대를 어디에 놓을지 등을 모두 고민해야 한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일반 건물과 병원 건물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의료장비와 진료과에 대해 잘 아는 전문 인력이 아니면 병원 설계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의료공간디자인학과를 개설했다.

-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시설 기준 등이 강화됐다. 정부 정책이 병원 건축설계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메르스 사태로 감염 관리에 관심이 커지면서 의료법도 개정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새로운 제도들도 많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병원 인테리어, 설계 등도 달라진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간호 인력이 늘고 간호사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스테이션 위치 등 공간이 많이 바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병원 건축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과 학생들은 정부의 의료정책도 공부해야 한다.

- 3학년이 되면 의료공간디자인과 의료공간디자인관리로 교육과정이 나뉘는데 무엇이 다른가.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설계 등 디자인 분야를 더 집중해서 배우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건물 구조와 설비를 이해하는 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나눴다. 병원 건물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인력이 관리자다. 우리는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목표로 교육하고 있다.

- 건양대병원이 바로 옆에 있는데 삼성서울병원 등 다른 대학병원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턴십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양대병원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 유형도 많고 운영 방식도 다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취업할 곳들이기도 하다. 많은 경험을 쌓는 게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시설 자체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 건양대병원이 짓고 있는 새병원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좋은 교육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병원 건립에 우리 학과도 참여하고 있다. 그 안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 설계사가 정해지기 전까지 학생들과 새병원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논의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100%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병원이 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다.

-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두 개의 과를 융합해서 특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양대니까 가능했고 비전도 있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우리 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메디컬 플래너로 자리 잡아 나가길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정책에도 관심을 갖는 등 다른 부분과도 융합해야 한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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