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의 심평통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2017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사업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 평가사업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의료단체 및 시민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여러 차례의 자문회의에서 다듬어져 2016년 12월 의료평가조정위원회의에서 세부추진계획을 심의하고 의결됐다. 그런데 본 평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환자중심 의료기관 적정성 평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는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위한 6개 영역으로 구분한 ‘의료의 질’ 가운데 하나인 ‘환자중심성’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환자중심의료는 환자 개인의 선호, 필요와 가치를 존중하고, 이에 반응하는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며, 모든 임상적 의사결정에 환자의 가치 반영을 보장하는 것이다.”

환자경험평가는 환자중심성 의료의 질에서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영국의 NHS에서도 입원서비스의 질향상을 제고하기 위하여 2004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HCAPS는 병원 간 객관적이고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한 소비자 관점의 자료를 생산하고,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병원에 질향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한국능률협회가 시행하는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나 한국생산성본부가 시행하는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는 병원이 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지역거점 공공기관운영평가’에서도 환자만족도 조사결과가 평가지표에 들어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경험조사를 바탕으로 병원서비스를 개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 국방부에서도 군 의료체계를 환자 중심으로 혁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심평원은 지난해 채택한 ‘평가 2020 진입을 위한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의 중기발전방향’에서 질병중심에서 국가차원의 질향상 목표 중심으로 평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초기의 요양급여적정성평가가 의약학적 측면과 비용효과적 측면이라는 시각에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국가차원의 포괄적인 의료 질향상을 모색하는 평가로 지평을 넓혀가겠다는 의미이다.

심평원이 건강보험은 물론 의료급여, 보훈에 더하여 자동차보험 등 심사 및 평가 업무의 저변이 확대된 마당에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양기관에 대한 평가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 실제로 의료급여 정신과의 입원적정성 평가를 비롯하여 결핵진료기관의 진료수준조사 등의 사업은 의료의 질평가와 의료의 질향상을 선도하겠다는 심평원의 의지를 담고 있다.

혹자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과 심평원의 업무가 중복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제고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유지․증진에 기여한다’는 설립목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요양기관 적정성평가’가 100%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목적 달성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앞서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의 구분이 의미가 없는 것은 옳지만 인증원의 인증평가와 심평원의 적정성평가는 그 내용은 물론 평가주기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17 환자경험평가’를 상급종합병원과 500명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나 순차적으로 모든 종합병원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는 점에서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자체적으로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 종합병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평가과정에서 우려되는 부적절한 행태나 공정성 유지 등의 문제는 준비과정에서도 제기된 바 있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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