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 토론회서 개선책 쏟아져…중환자 세분화 및 전문인력 상주 의무화 주장도

중환자의 비상구라 일컬어지는 중환자실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환자의 개념부터 법적 기준, 수가 보상 등 다양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적정성평가를 통해 지역별, 종별 중환자실 수준격차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는 국회의원, 시민단체, 의약계 및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심평원의 적정성평가 결과 공개가 자칫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의 평가 기준은 다양한 중환자의 범위와 병원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이사는 “이번 중환자실 평가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5점 이상인 경우를 1등급으로 했는데 이 1등급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어떤 평가는 90점 이상이 1등급일 수도 있어 명확하지 않은 등급으로 인해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이사는 “중환자실 환자군이 다양한데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면 불필요한 자본을 유발하거나 필요한 자본이 무시될 수 있다”면서 “이번 평가는 입실환자의 중증도에 대한 보정작업 및 모니터링이 없었고, 지방의 중소병원부터 수도권 대형병원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평가 결과는 소비자로 하여금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선택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박명희 상임대표는 “이번 평가결과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생명이 좌우되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내가 사는 지역의 종합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질적 수준이 평준화 돼 있을 것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 결과에서 기자재뿐만 아니라 프로토콜 평가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병원이 상당수라는 것을 알고 나니 놀랍다. 이러한 여건을 모르고 생명을 갖다 맡기고 있었나 가슴이 서늘해 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표는 “어느 지역에 살든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해 줘야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무조건 1등급인 상급종합병원을 가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쏠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국내 중환자실이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저수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대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2005년에 시행한 중환자실 유형별 적정 기준 개발 관련 연구결과를 인용해 현재는 좋은 중환자실일수록 수익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환자실 인력수준이 높으면 비용이 많이드는데 비해 원가에 따른 수가 차등구조가 낮게 설정돼 있어 인력수준이 좋은 병원일수록 손해를 보고, 낮을수록 이득을 보고 있어 병원들이 중환자실에 투자를 하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차등의 수준을 확대해서 인력수준이 높은 중환자실에 더 높은 원가를 보전해줘야한다”면서 “중환자실 1등급의 경우 전담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면서도 전담전문의 1인당 환자수는 최대 30명 이하, 간호사는 1명 이하로 최소 기준을 강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준높은 중환자실이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기 위해서는 중증도에 따른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윤 교수는 “1등급 이하는 준중환자실로 인정해서 그에 따른 수가를 마련해야한다”면서 “현재는 1병상당 중환자실 전담의 가산료가 8,980원으로 병상수가 20개일 경우 한달 가산료는 538만원인데 전담의가 3교대로 근무하니 1인당 수가는 179만원으로 수가가산 수입이 인건비보다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협 박진식 이사도 “위독하지 않지만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실보다 이에 준하는 준중환자실 입원이 바람직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침습적인 치료나 시술이 필요없는 활력징후가 안정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단위로 준중환자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 역시 중환자실을 등급화 해 등급에 맞는 시설과 인력구조를 갖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 부회장은 “중환자실의 역할은 병원 자체의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어떤 환자들이 입실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며 “레벨 1 중환자실은 전담의가 상주하고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2명 미만이면서 다학제 회진을 하고, 레벨2는 전담전문의가 있고 간호사 1명당 환자 3~4명을 담당하는 등 레벨별로 기준을 다르게 하고 그에 따른 수가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중환자실에서 24시간 환자를 케어하는 간호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이순행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중환자실에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2명 이하이고 영국은 인공호흡기 적용환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중환자실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수는 5.96명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중환자실은 고난도 시술 및 응급상황 간호로 3년 이상의 경력간호사가 필요하지만 업무에 비해 인력보강이 안돼 이직률이 상승되고 있다”면서 “중환자실 간호등급을 상향 조정해 1인당 환자수를 2명 이내로 조정해야하며, 병원의 역할과 기능에따라 기준을 달리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수가 인상 효과 기대…중환자실 세분화 긍정적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정부역시 중환자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지난해 중환자실 관련 수가를 대폭 인상한 만큼 향후 일정부분 질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이날 공통적으로 거론됐던 중환자실의 세분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형훈 과장은 “지난해 9월 중환자실 입원료 수가를 50%인상하고 간호등급도 상향하는 등 연간 1,08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며 “이번 적정성 평가는 그 이전 데이터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며 수가 인상과 함께 상당부분 중환자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수가를 인상했다고 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만큼 집중진료실을 두고 층화해야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두도록 입법 예고중이며 지리적 균등에 대해서도 상급종병에 엄격한 중환자실 기준을 요구하는 만큼 많이 해소될 것”이라며 “적정성평가에서도 환자의 질병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관련해 협회와 국민들 등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또 이날 참석한 심평원 이규덕 기획위원은 “중환자실 평가를 할 때 현실을 모르고 하는 평가는 아니냐, 사망률과 감염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무슨 평가냐, 국민들의 충격은 어떻게 감당할거냐는 등의 지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중환자실의 민낯은 보여 줘야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주면 이를 반영해 정부와 함께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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