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대비 성적 저조...신증수 교수 "진정한 1등급 중환자실은 없다" 지적

종합병원급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 상당수 병원들이 낮은 성적표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평가를 받은 263개 의료기관 중에서 단 4.2%인 11개소만 1등급을 받았고, 이 중 상급종합병원은 9곳에 불과하다.

상급종합병원 3곳은 3등급을 받아 국내 중환자실의 열악한 수준을 낱낱이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평가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 적정성 평가의 결과일 뿐, 외국의 중환자실 평가 기준을 접목하면 단 1곳도 1등급인 곳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중환자실의 관리 운영 수준이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물론 병원 등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증수 교수(전 대한중환자의학회장)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 등 외국에서의 중환자실 평가 등급인 1~3등급과 비교하면 국내에는 1등급 의료기관이 아예 없을 것"이라며 "선진국과 국내 중환자실 수준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3등급의 경우 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보통 2명 이내 환자를 담당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국내 평가는 전담 간호사의 유무 정도만 파악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평가에서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신 교수는 "중환자실이 적절한 인력을 갖추고 프로세스로 잘 운영될 수 있어야 그에 따른 아웃컴이 잘 나오게 된다"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전담해 중환자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환자실은 전담전문의나 간호사의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신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 이번 평가에서도 220개소의 종합병원 중 178개소(80.9%), 즉 10개소 중 8개소는 중환자전담의가 아예 없었다. 그나마 의료법 개정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의무화했지만 전담전문의 1인당 40.4병상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신 교수는 "외국의 경우 전담의사 1명당 6명의 환자를 담당하도록 돼 있고, 간호사도 1명이 환자 2명을 본다"면서 "국내는 의사가 병실도 보고 회진도 돌고, 중환자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중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인 만큼 이번 평가를 시작으로 중환자실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가를 마련해 보상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평원도 이번 평가를 시작으로 국내 의료기관의 중환자실 환경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심평원 이규덕 기획위원은 “아직은 외국과 우리나라의 평가 수준이 같다고 할 수 없다”며 “영국은 중환자실의 영양사, 약사 등 인력 기준까지 명백히 제시하는 등 요구도가 강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률이나 사망률은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보고에 따른 정확도 문제 등으로 인해 평가에 반영하지 못했고, 다만 절대 지표값에 따른 1등급 기관이 소수만 나왔다”면서 “첫번째 평가이니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은 “좋지 않은 여건에서 중환자를 열심히 케어하는 의료진들과 병원들이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수가가 올라갔지만 여전히 정부의 지원과 병원의 투자가 부족한 만큼 이번 평가를 계기로 내년과 내후년에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정부와 병원 등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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