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후 대통령 탄핵 추진되자 의료계 ‘촉각’
“증원 추진 동력 사라진다” vs “우선순위 밀릴 것”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청년의사).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청년의사).

비상계엄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이어졌다. 급변하는 정국에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의료정책 방향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의료계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견과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밀려 이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단죄하겠다"며 윤 대통령과 국방부 김용현 장관,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오는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 내 의결해야 한다. 야당은 이르면 오는 6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성근 대변인(가톨릭의대)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더라도 “실제 탄핵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가 이슈로 오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봤다.

김 대변인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이대로 국정 운영이 중단되고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진행된다면 그 시기는 내년 4~5월은 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물 건너가게 된다. 불안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상태에서는 대통령 하야가 가장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국가적인 사태 속에서 의대 증원 등 의료는 소수의 문제가 돼 의제로 부상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최창민 위원장(울산의대)도 대통령 탄핵이 의대 증원 사태 해결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봤다. 최 위원장은 “탄핵이 추진돼도 국무총리가 국정을 대신 운영할 텐데 똑같이 않겠느냐”며 “의대 증원 자체를 멈추지 않는다면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지금 국정 상황에서 의대 증원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것 같다. 당장 수능 성적 발표가 코앞이다. 시간이 없다”며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중요한데 야당이 작정하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에 달려들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강희경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의대 증원 사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의료 현장이 의대 증원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월로 돌아가고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건 단지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방향을 잃고 폭주 중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즉시 멈춰야 한다”며 “의료계도 (대통령 탄핵 이후) 의료정책 개선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대학들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줄어야 한다고 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각 대학 총장은 현재 진행 중인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전형 공고부터 즉시 바꿔야 한다”며 “의대 의학과(본과) 3~4학년 수업이 1월 중후반부터 시작된다. 각 대학의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이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좋은삼선병원 배장환 심혈관중재시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그에 동조했던 ‘순장조’도 사라질텐데 의대 증원 정책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라며 “의대 증원은 윤 대통령이 고집했던 정책”이라고 했다. 배 소장은 충북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배 소장은 “윤 대통령이 불안하지 않았다면 포고령에 전공의나 의사 얘기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되면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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