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일반약 제형 변경·복합제 임상요건 정비 나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공개한 '식의약 안심 50대 과제' 가운데 일반의약품 제형 변경 기준과 동반질환 복합제의 임상자료 제출 요건 개선이 제약업계로부터 "개발 환경을 확 바꿀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약처는 소비자와 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총 50개의 제도 개선 과제를 마련했으며, 이 중 '일반의약품 심사자료 요건 명확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임상 3상 면제 방안'을 핵심 변화로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이 지난 25일 열린 '제약현장 연계 포커스 인터뷰'에서 일반의약품 제형 변경 기준과 동반질환 복합제의 임상자료 제출 요건 개선의 세부 논의 방향을 업계 및 전문지 기자단에 공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이 지난 25일 열린 '제약현장 연계 포커스 인터뷰'에서 일반의약품 제형 변경 기준과 동반질환 복합제의 임상자료 제출 요건 개선의 세부 논의 방향을 업계 및 전문지 기자단에 공유하고 있다.

25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의 '제약현장 연계 포커스 인터뷰'에서는 두 과제의 세부 논의 방향이 업계 및 전문지 기자단에 공유됐다. 이 자리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내용은 일반의약품 심사자료 요건 개선이었다.

제형 변경 시 요구자료 명확화…"예측 가능성↑"

그동안 일반의약품 개발은 표준제조기준(표제기)에 규정된 성분과 효능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 확장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제형 변경 시 필요한 근거자료 기준이 모호해 개발 예측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불만이 꾸준했다.

식약처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형 간 유사성이 과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필요한 최소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명확히 규정하고, 비교용출 자료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임상적 의미가 낮은 경우에는 제출을 면제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롭게 정비했다.

이로써 연고·크림·겔 등 도포제, 정제·필름코팅정 등 경구 고형제 간 제형 변형을 계획할 때 필요한 자료 수준이 구체화됐다는 점이 이번 조치의 핵심으로 꼽힌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새로운 제품 개발의 통로가 열린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뉴원사이언스 정성우 팀장은 이번 조치가 "표준제조기준에 얽매였던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그동안은 새로운 조합을 고민해도 표제기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제형 자체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바이엘 성정희 이사도 "그동안 표제기만으로는 일반의약품 제형을 확장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새로운 개발 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1상만으로 허가 인정

동반질환 복합제의 임상자료 요건 조정도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식약처 순환신경계약품과 김소희 과장은 "지난 10여 년간 축적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 관련 28개 품목, 약 5000명 규모의 임상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두 단일제가 서로의 효과를 저해하지 않고 안전성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러한 축적 데이터에 근거해 기존처럼 3상 임상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1상 자료 중심으로 심사자료 범위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1상 임상만으로 허가가 인정되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조합은 ARBㆍCCBㆍ스타틴ㆍ에제티미브 성분 정도로 한정된다.

업계는 이를 통해 연구 비용과 인력 배분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약품 류신숙 전무는 "3상 임상은 비용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번 변화로 확보되는 연구 여력을 개량신약 개발에 더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아제약 길찬호 이사는 이번 조치가 "모든 복합제에 일괄 적용되는 완화가 아니라, 다년간 임상데이터가 축적돼 동일한 결론이 확인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에 한정된 합리적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직 해외 가이드라인 중 3상 면제를 명문화한 사례는 없다"면서, "이 조치는 단순히 규정 하나가 바뀐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 움직이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심사체계 단계적 업데이트의 출발점"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은 이번 조치가 단편적인 규정 조정이 아니라 평가·허가 체계를 단계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 부장은 "이번 변화가 겉으로는 작은 조정처럼 보이지만, 축적된 데이터와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평가·허가 체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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