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단-藥·醫·病 2차 협상…밴딩은 함구, 목표관리제만 요구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수가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공급자들에게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오히려 숨통을 쥐어 짤 부대조건만 연일 거론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 대한약사회를 시작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을 가졌다.

앞서 공단은 오전 7시 30분 재정운영소위원회를 열고 수가인상을 위한 추가재정소요액(밴딩)을 확정짓고 협상에 나선 상태였다.

이에 공단은 밴딩없이 2차전을 치른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와의 협상보다는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부대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조건은 지난해와 같은 목표관리제로, 일종의 총액계약제 형태인 만큼 공급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밴딩이 예년에 밑돌거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공급자단체들은 내부적으로 부대조건의 수용여부를 검토하고 이를 대체할 별도의 부대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약사회 “옷(수가)도 입기 전에 허리띠(부대조건)가 웬말”


밴딩이 정해진 이후 가장 먼저 협상을 한 대한약사회는 ‘심판과 선수’ 같은 협상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공단이 밴딩에 대해서 어렵다면서도 부대조건에 대해서는 어드밴티지를 주겠다고 하는 상황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약사회 이영민 단장은 협상 직후 “밴딩에 대해 우회적으로 물어봤더니 상당히 어렵다는 반응이었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공급자들이 건보가 어려울 때 기여했던 것을 감안해줘야 하며 카드수수료 등 약국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목표관리제라는 부대조건을 공단이 제안했지만 그저 듣는 정도로만 논의를 끝냈다”며 “전 단체에 똑같이 제시한 거 같다. 재정을 잘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제시했다고 하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하루 이틀 사이에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부대조건 자체가 일종의 허리띠인데 옷(수가인상)을 입기도 전에 허리띠를 조르려는 것은 맞지 않다. (급여)제어를 하겠다는 건데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며 “서로 논의를 해서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야 하는데 한쪽은 심판보고 나머지는 선수처럼 선을 긋고 이야기 하는 게 답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의협 “수년에 걸친 의원의 희생은 기억 안나나”


뒤이어 협상장에 들어간 대한의사협회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공단이 같은 부대조건을 내걸뿐 밴딩에 대해서는 함구함에 따라 서운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의협 김숙희 단장은 “공단이 밴드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단체에 말했듯이 부대조건을 얘기했다”며 “그동안 공급자들이 희생과 헌신을 해오면서 감수해왔던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당장의 흑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에 야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대조건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한다”며 “갑자기 하루 이틀만에 결정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건보 흑자가 큰 만큼 의원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보충해줄 줄 알았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의협은 의약분업 이래 동네 의원들이 원가 이하의 수준에서도 참고 견뎌 왔으며 이로 인한 누적금이 오늘날 건보 흑자가 됐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의료계는 신종플루 같은 국가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 문을 닫고 무료 진료에 나서는 등 보이지 않게 희생과 헌신을 했고, 이 노력으로 인해 오늘날 국민 건강과 건보 제도 정착이 이뤄졌음에도 이를 전혀 몰라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병협도 구체적인 밴딩도 나오기 전에 부대조건을 제시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병협 이계융 단장은 “(공단이) 예년보다 빨리 부대조건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재정소위에서 가입자들이 공세적으로 내놓은 것 같은데 당장 O,X로 답할 사항이 아니라 듣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관리제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 유형에 (부대조건이) 뿌려진 것인데 이렇게라도 인센티브를 받으려고 뛰어드는 집단이 있으면 공단이 이를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공단과 공급자단체간 본격적인 탐색전이 끝나면서 3차 협상에서는 상호 수가인상 폭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29일까지 3차전을 마친 단체들은 내달 1일 오전부터 최종 기한인 자정까지 숨가쁘게 릴레이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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