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입법 공청회 개최…전문가들 이견 여전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김할머니 사건 이후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단체와 전문가들 간 입장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의원이 발의 예정인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고윤석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지침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병원윤리위원회 운영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다.

고 교수는 “김 의원의 법안은 2013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생위) 권고안보다 복잡하고 제약이 심하다”며 “특히 대부분의 종합병원과 병원의 사정을 고려해 병원윤리위원회 운영에 대해서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이 발의예정인 법안에서는 환자가 직접적인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거나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환자 가족 2인 이상 일치하는 진술이 필요하다.

객관적 자료가 없을 경우 연명의료 유보나 중지에 대한 결정은 병원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고 교수는 “객관적 의사표명 자료를 남기는 비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병원윤리위원회에서 매년 15만명 이상의 환자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실제 열리는 병원윤리위원회의 1년 총 횟수를 추정해볼 때 이는 실현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안에는 일관되게 담당의사 1인과 해당분야의 전문의 1인의 결정을 함께 받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종합병원 혹은 병원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해당 부분은 국생위의 권고안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전문가들 간 입장차가 여전했다.

먼저 의료계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법안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게 하는 등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판단은 다른 의학적 판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임종환자의 진료는 의사 개개인의 가치관과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신 임상연구 결과와 전문가들의 합의에 근거한 표준적 진료지침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종교단체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처럼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입법에 앞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도적으로 확충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법제화 도입에는 찬성하면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인프라 구축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없는 의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전원 합의에 의해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을 허용할 경우 남용의 위험이 크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환경조성과 함께 환자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실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정재우 원장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필요한 통증완화와 증상조절 등이 없이 연명의료를 결정하게 되면 환자를 빨리 돌아가시게 하자는 안락사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연명의료 결정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연명의료 결정의 전제이자 바탕으로서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확산돼야 한다”며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으며 우리 사회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도적으로 확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노연홍 대표는 “해당 법안은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 잠재적으로 우리 모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노 대표는 “법안이 조속히 제정돼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방어진료의 관행이 개선되고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맞이하는 죽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고양돼야 한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전통적 효 문화가 있지만, 법안이 마련된다면 조속한 사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국생위의 권고안을 중심으로 법안이 시급히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정통령 과장은 “법안이 제정됨에 따라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최근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안과 함께 제정된다면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명의료법이 제정돼 본격 시행되기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 및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국립연명의료기관 지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원, 병원윤리위원회 활성화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