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수가 마련해야"…政 "개념·모델부터 정립"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제도, 이른바 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제도 도입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자안전과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내과 진료공백이 환자의 안전에 위협을 미치게 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대한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내과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지게 되며, 이렇게 발생한 진료공백은 결국 환자의 안전에 위협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전공의 중심의 입원환자 진료 패러다임을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 환자에게 수준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통해 의료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전공의를 보다 제대로 된 내과전문의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왜곡된 진료시스템을 선순환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의대 내과 이준행 교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대책에 따라 전공의의 업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진료공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환자 안전을 위한 현장 의사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질 좋고 안전한 환자진료를 위해 중증 입원환자가 있는 병실이나 응급실에는 입원환자 전담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제 응급실 전담 내과 전문의를 채용해 운영했던 강동성심병원의 사례도 발표됐다.

한림의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에 따르면 강동성심병원은 응급실 전담 내과 전문의를 2명(내과 전공의 수료자 포함) 채용,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야간 응급실에 상주하며 당직근무를 서고 있다.

이들이 1일 평균 10~15명을 환자를 진료한 결과, 평균 대기시간은 2014년 전반기 214.9분에서 2014년 후반기 205.4분, 2015년 1분기 199.1분으로 줄었고, 환자 민원도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15건에서 5건으로 줄었다.

엄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함에 따라 내원환자의 대기시간이 감소했고 이는 곧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이와 함께 내과 협진이 필요한 타과 환자가 내원했을 때 협진 활성화로 타과 진료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고, 응급실 간호사와 보조인력의 업무능률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환자안전은 물론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의 원칙이나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다만 입원환자에 대한 원가 보존율이 75% 수준 밖에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구조를 해결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한 대학병원에서 연구한 결과 20명의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해 운영하는데 연간 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며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해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관련, 이득이 손실을 상회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위원회 이혜란 위원장은 “미국은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감당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모두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지난해 4월 이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야간과 휴일에 추가인력을 고용함으로써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명확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강동성심병원의 경우 응급실 전담 전담 전문의를 고용하며 이들에게 기존 교수 임금의 2~2.5배를 지불했고, 이 때문에 교수들이 자괴감을 갖기도 했다”며 “호스피탈리스를 도입하기에 앞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비용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추가비용 발생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기 이전에 의료계가 호스피탈리스트가 무엇인지 개념과 모델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며, 실제로 도입될 경우 수가가 신설되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우선적으로 호스피탈리스트의 개념과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과장은 “입원환자 전담전문의라고 했을 때 이들은 외래나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인지, 또 이들이 병동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함께 근무하는 병원 스텝과 전공의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이러한 역할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잡을 필요가 있고, 이는 의학회에서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스피탈리스트의 개념이 명확해지고 나면 이들에 대한 배치기준과 자격기준도 논란이 될 것이며, 뒤이어 교육수련체계도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호스피탈리스트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념정립이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라 비용편익에 대한 분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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