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보다 두배 인상된 수가 7월부터 적용…일부선 여전히 질 저하 등 우려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오는 7월부터 병원급 완화의료 전문기관에서 말기 암 환자를 진료할 경우 1일 총 30만1,576원의 수가가 지급된다.

이는 앞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관에게 지급된 1일 수가 15만7,897원에 비해 약 14만원 많은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하대강당에서 ‘완화의료 건강보험 급여 방향’ 공개토론회를 열고 오는 7월부터 병동형 완화의료 본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2009년부터 2차례에 걸쳐 진행한 ‘호스피스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 일당정액제 형태는 유지하되 시범사업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가를 인상키로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입원료에 급여행위-약제-치료재료의 평균값을 더한 금액과 통증관리, 심리적 지원 비용, 간호사 및 사회복지사의 가산 등을 포함해 일당 정액으로 진행됐다. 식대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정액으로 지원됐다.

하지만 시범사업 결과, 완화의료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며, 환자 부담 증가, 다양한 제도 모형 부족 등의 한계가 있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본 사업에선 시범사업 시 일당정액 수가를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별도 보상항목에 식대 외에 병원급 이상 1인실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항목도 추가키로 했다.

특히 일당정액제로 시행할 경우 통증완화나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심리적 상담 등이 약화될 수 있어 이들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로 행위별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당정액 수가는 5인실, 2~4인실, 1인실로 구분해 기본 수가를 산정한다.

종별로는 상급종병의 경우 5인실 수가는 23만2,650원, 2~4인실이 28만3,932원이다. 종합병원은 5인실이 22만7,759원, 2~4인실 27만9,826원이고, 병원은 5인실 16만539원, 2~4인실 20만71,41원이다. 의원은 5인실이 15만1,483원, 2~4인실이 18만8,960원이다.

또 모든 병원은 1인실 수가를 기본 23만5,094원(의원급) 외 병실차액을 추가할 수 있다.

특히 해당 종별로 간호사 인력수준과 사회복지사 전담인력에 대한 가산금액이 최소 5,850원에서 최대 3만원까지 더해져 총 일당수가도 높아졌다.

아울러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완화의료병동 도우미에 대한 급여도 적용된다. 다만 간병은 병동도우미 1인당 환자수가 3명이어야 하며, 간병인을 의료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는 형태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1일당 8만원이 지급된다.

그 외에도 임종 시에는 1인실도 급여로 적용해 주고 1회에 한정해 임종관리료 6만9,411원이 추가된다. 이는 임종 시 추가 돌봄 인력이 필요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향후 임종실이 아닌 다인실에서의 임종도 수가를 산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환자 감염으로 인해 격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1인실도 급여가 적용된다.

이같은 내용을 반영할 경우, 병원급 5인실은 1일당 기본 정액이 16만1,539원으로, 시범사업보다 2만8,259원이 높아진다. 특수시설유지비, 요법치료, 비급여 등을 추가로 반영했을 경우다.

또 간호 1등급 및 사회복지사 전담 1등급 가산도 각각 1만7,210원과 7,019원으로 총 8,649원이 오른다. 그 외 간병비 1일당 8만원에다 별도보상항목인 식대 9,037원에 마약성진통제, 임종, 상담 등 2만6,771원이 신설된다.

이를 종합하면 총 1일 수가는 30만1,576원으로 시범사업 당시 15만7,897원에 비해 두배 가량 증가하게 된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주수영 사무관은 “완화의료 시범사업은 수가 수준이 너무 낮아 정부의 지원금이나 별도의 후원금이 없이는 제대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질적수준 저하 문제에 환자부담이 크다는 점, 입원형 이외의 제도모형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항목별로 보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급성기 병동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간병비까지 더해 환자본인부담금이 550여만원이었지만 완화의료병동으로 이동하면 비급여 항목이 없어져 총비용이 줄어 환자 본인부담금도 1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수가가 전부는 아니다…인식 및 질 관리 중요”

이번 완화의료 수가 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변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료의 질 저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대균 보험이사는 “2008년부터 수가결정에 참여해왔는데 드디어 과실이 열리는 기분”이라면서도 “말기암 환자들이 완화의료를 언제 이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주치의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의료진들이 완화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 환자는 초기에 맞는 치료와 말기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말기에 채혈만 잔뜩하고 치료를 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며 “일본이 의료진에게 교육을 하듯 우리 역시 의사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말기 진단 시점부터 완화의료 이용 가능한 시스템이 잘 되어있지 않다”며 “말기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완화의료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하도록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화의료의 수가적용이 오히려 서비스 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대균 이사는 “간병비 1일 8만원으로 과연 어느 의료기관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할지 의문”이라며 “큰 병원은 복지나 기타비용을 고려해 고용이 어려울 것이다. 결국 작은 병의원에서만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프라 구축에 대한 재정적 지원, 교육 평가와 질 관리, 지속적 연구 등이 필요하며 호스피스에 적합한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등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휴병상을 이용해 호스피스를 하겠다는 병원들에 대한 질 관리가 필요하며 수가만 가지고 완화의료 병동을 운영하겠다는 모델은 적합치 않다”며 “영국처럼 기부금 등을 이용하는 모델로 갈 것이냐, 일본처럼 돈을 많이 줘서 수가만으로 충분하게 가능한 모델로 갈 것이냐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가 기준에 대한 보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단순 급여화만으로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완화의료전문기관협의체 최영심 부대표는 “증상 조절을 위한 시술수가는 있지만 CT, MRI 등 기본검사는 빠져있는 만큼 이를 추가해야 하며 병동 도우미의 제도화, 요법 프로그램 급여화에 따른 보완작업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시범사업에 비해 수가가 두배가 늘었는데 그 만큼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일당정액 수가에 대한 상황을 고려해 미리 반영하고 추가가산은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간병 강제화도 고려중…단계적 개선부터"


이에 대해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충분한 수가를 줄 수 있도록 추진했음에도 여전히 낮다는 의견이 있는데 우선은 잠시 지켜보는 게 어떠냐고 말하고 싶다”며 “호스피스환자 특성상 간병이 필요하다. 결국 간병인 채용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단계적인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에서 갑자기 간병인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어려운 만큼 선택에 맡기려 한다. 다만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도 참여가 저조하면 강제로 참여시켜 급여화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병원의 개입으로 인한 의료 질 저하나 가정의료 등에 대해서는 추후 고민을 하면서 평가체계를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의료인 등에 대한 교육과 국민 홍보 등을 활발히 하면서 수가도 개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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