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의료학회서 결정 과정 문제 주장…"경험 축적도 중요" 시각도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정부가 에볼라 위기대응 보건의료인력을 모집하고 최종 지원자를 선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사진>는 지난 21일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보건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에볼라바이러스 문제로 본 한국 국제보건의 과제’세션 중 주제발표를 통해 에볼라 국제협력과 관련, 의사결정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에볼라 문제 발생 초기는 물론 세계적 관심사와 의제가 된 이후에도 한국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라며 “특히 국내에서는 에볼라 관련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 내의 의사결정 과정도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정부와 사회의 전반적인 역량과 관련된 문제로,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의사결정의 합리화, 국제화, 사회화, 민주화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에볼라 발병국 의료진 파견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평균적일 수는 있지만,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발표 이전에 박 대통령의 결정이 국제적으로도 어떤 조정과 협의를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정치적 결정과 정책적 결정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고 통합됐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에볼라 의료진 파견 과정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자 이미 파견이 결정된 만큼 파견된 의료진이 많은 것을 배워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한국 정부에서 다른 나라의 태풍과 같은 재난 사태 때 의료인력을 파견한 적은 있지만 에볼라와 같은 의료문제에 국한해 국가 차원에서 의료 인력을 파견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미 의료진을 파견키로 결정했으므로 의료진을 보내는 일이 한국 국제보건에 어떤 경험으로 남을지 이야기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는 에볼라 이외에 다른 의료적 이유로 의료인력을 파견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번 파견을 통해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에볼라 파견으로 의료진이 경험한 것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남길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파견된 의료진이 현지에서 어떤 단체와 어떻게 일할 것인지, 어떤 주무부처에서 어떻게 어레인지를 하는지를 포함한 실행계획에 대한 경험을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한다”며 “이렇게 축적된 경험은 개인 경험과는 별도로 국가 차원에서의 경험으로 축적돼야 하며, 단순한 개인경험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의료진을 파견하고 그 사업에 대한 연구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병원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기관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시작 단계인 만큼 이러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다면, 이번 파견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에 파견된 의료진이 실제 에볼라에 감염됐을 경우, 정부에서 국내로 송환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했다.

한 참석자는 “미국의 경우 시에라리온과 이중국적을 가진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됐을 때 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마바 대통령이 나서 자국으로 송환해 치료에 임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지 에볼라 감염자는 현지에서 조치를 취하라는 정부의 의료진 파견 이전의 발언에 비춰볼 때, 실제로 이번에 파견된 의료진들 가운데 에볼라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국가가 미국처럼 적극적으로 치료에 이끌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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