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올리기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눈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주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나이가 들수록 눈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노인 중 실명 위험이 높은 병에 걸렸어도 돈이 없어서 약을 먹지 못하고 질환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 주변에서 이런 슬픈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황반변성 환자 이야기다.

노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노인성 만성질환인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힌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0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 이상 11.8%, 65세 이상 25.8%가 황반변성 유병률을 보였다. 황반변성이 노인인구 증가 등에 따라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점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황반변성 치료제 보장성 확대는 미래를 대비한 적절한 보건정책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2%, 아니 20% 이상 부족함을 느낀다.

보건복지부는 11월부터 황반변성 치료제(루센티스, 아일리아 등)의 보험적용 사용횟수를 10회에서 14회로 확대키로 했다. 2009년 5회에서 지난해 1월 10회로 확대된 이후 2년여 만에 14회까지 확대된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에 황반변성치료제 4회 추가 투여 인정으로 환자마다 360만원 상당의 의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황반변성은 평생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14회로 확대되더라도 길어야 3년 정도만 보험혜택을 받을 뿐이다. 이후엔 평균 2~3개월마다 120만원 가량의 약값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많은 노인들에게 기백만원의 약값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차선책으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을 오프라벨(off-label)로 처방하기도 한다. 아바스틴은 월 20여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바스틴 오프라벨 처방을 제한했다가, 환자들의 민원이 제기돼 처방중지를 보류하기도 했다. 당시 심평원이 아바스틴 처방을 제한한 이유는 대체제가 있어 허가외 사용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 등 때문이다.

어떻게든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와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은 의사. 하지만 우리 정부는 언제나 그렇듯 ‘한정된 보험재정’과 ‘원칙’과 ‘형평성’을 이야기하며 고개를 젓는다.

또 언젠가 보장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기약 없는 약속을 내건다. 원칙은 지켜져야 함이 마땅하다.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원칙이나 형평성을 내걸기 전에 진지하게 해결방안을 고민해 봤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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