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의료계·시민단체 일제 반발…복지부 9월 시범사업 시행 못박아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정부가 의료계의 참여없이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키로 한 것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잘못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이언주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격의료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원격의료 문제점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가톨릭의대 김석일 교수는 의료계와 국민 누구도 원하지 않는 원격의료를 강행할게 아니라 실질적인 직접서비스를 제공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원격의료와 U-Healthcare에 대한 정부의 비전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약 20년간의 원격의료 비용편익이나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서도 원격진료는 경제적으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며 “원격의료가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가치는 없다”고 비판했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더라도 의료취약지에 있는 국민들에게 실제 서비스가 전달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PC기반의 정보격차는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노년층, 농어민 등 소외계층이 일반국민에 비해 74% 밖에 미치지 못한다.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27.8%로 원격의료 대상 가능성이 높은 농어민은 25.3%, 장노년층은 22.2%에 불과했다.

또 스마트폰 보급률은 농어민 19.2%, 장노년층 18.8%로 낮았다.

김 교수는 “정부는 섬이나 벽지 등 의료취약지역의 주민을 위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주민들은 정보에 대한 접근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제 서비스가 전달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격의료사업을 강행할 게 아니라 의료취약지역의 주민을 위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국민을 위해서는 원격의료와 같은 간접적 서비스가 아닌 응급후송체계를 보강하는 등의 실질적인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은 “현재 공급자와 국민은 원격의료의 도입을 요구하거나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원격의료의 도입을 강행하려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은 본래 의미의 원격의료가 필요한 도서벽지 등을 제외하고는 의료이용을 위한 공간적 접근성이 양호한 편”이라며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과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밀집한 도시지역에까지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불완전한 의료를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원격의료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의료민영화를 보다 강하게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은 “원격의료를 건강관리서비스 기업허용 문제와 연결시키고 이를 민영보험회사에게 겸업하도록 허용한 것은 건강관리회사(HMO)를 허용해 미국식 의료체계로 전환하려는 것”이라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원격의료는 일부 재벌 IT기업과 대형병원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을 팔아먹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의지를 확고히 하면서도 의료계의 참여를 독려했다.

복지부 손호준 원격의료기획제도팀장은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의료계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며 “시범사업을 통한 결과물은 의료계가 참여해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일단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9월부터 시작한다”며 “다만 의료계가 함께하고자 한다면 환영이며, 복지부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