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은 결국 ‘노환규 불신임’을 결정했다. 노환규 전 회장 불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대의원총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178명이 모였고 이들 중 136명이 불신임에 찬성했다. 결과는 나왔지만 그 과정은 철저히 가려졌다. 노 전 회장을 불신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협 정관을 위반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정도로만 공개했을 뿐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9일 노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논의하는 임총 회의장 문을 걸어 잠갔다. 회의장 밖에는 사설 경호원으로 바리케이드까지 쳤다.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도 내쫓았으며 일반 회원들의 참관도 막았다.

임총이 열리는 의협 회관 3층 회의실 입장이 허용된 건 대의원들뿐이었다. 회의장 밖에서는 “회원들이 낸 회비로 세운 회관인데 왜 회원들이 들어갈 수 없느냐”는 항의가 쏟아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날 열린 임총은 ‘일상적인’ 임총이 아니었다. 의협 회장 불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로, 그동안 회장 불신임 논의는 공개적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언론도 철저하게 통제했다. 대의원회 측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였다고 말하지만 회원들이 뽑은 회장을 불신임하는 일은 원활할 수 없다. 반발이 있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전체 242명의 대의원 중 178명이나 모였는데 일반 회원 10여명이 참관한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생기겠는가. 게다가 사설경호원도 20명이나 부르지 않았나.

‘밀실야합’이라도 하는 듯 철저히 비공개로 회장을 불신임하니 당연히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조행식 대의원이 제출한 불신임 동의서 95장에 지난해 8월 발의하려고 받았던 동의서가 포함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노 전 회장이 불신임 결의에 반발해 제출하려는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도 이같은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불신임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법정공방전으로 번질 것이며 불신임의 정당성 논란도 예상된다. 여기에는 대의원들이 불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오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책임은 그 과정을 비공개로 처리한 대의원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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