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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 장애는 일반적으로 ‘조울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흔한 정신장애 중의 하나이다. 조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 장애 I형이라고 우울삽화와 경조증 삽화가 반복되는 경우를 양극성 장애 II형이라고 한다. 양극성 장애 II형은 I형 보다는 삽화의 심각도가 심하지 않은 대신 자주(일반적으로 1년에 수차례 이상) 삽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전에는 양극성 장애하면 주로 조증을 떠올렸다. 그러나 최근들어 보다 현대적인 임상연구들이 이루어지면서 양극성 장애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지고 있다. 우선 양극성 장애가 (경)조증으로 시작하는 경우보다 우울삽화로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양극성 장애의 경과 중에도 (경)조증보다는 우울증상이 더 많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양극성 장애 I형에서 12년 이상 매주 증상을 평가하도록 해보니 조증 보다 우울삽화가 3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이런 임상 경과를 반영하여 이름을 짓는다면 ‘조울병’ 보다는 ‘울울울조증’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양극성 장애 II형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져서 경조증보다 우울증상이 약 37배 정도 더 흔하다고 한다. 이전에는 양극성 장애는 주로 30대 이후에 발병한다고 생각하였지만 대다수의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10대에 발병한다고 하는 것이 최근의 정설이다.

양극성 장애의 유병율도 이전에 생각하던 것 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이전에는 양극성장애의 평생 유병율이 1% 정도라고 생각하였는데, 이 수치는 대략 양극성 장애 I형의 유병율을 이야기한다. 양극성 장애 II형은 이전에는 0.2~0.5% 정도라도 보았는데, 최근 양극성 장애의 개념이 변화하고 우울삽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극성 장애 II형의 평생 유병율이 3~5%에 달한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극성 장애 II형은 주로 우울삽화로 나타난다. 경조증은 질병 경과 중 약 2∼3% 기간만 나타난다. 경조증 시기에 환자들은 대개 활동적이고 의욕적이며 잘 지내고 또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병원은 우울한 시기에만 찾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양극성 장애 II형은 주요우울증(단극성 우울증,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우울증)과 감별이 어렵고 우울증으로 오인되기 싶다. 실제로 양극성 장애 환자의 약 50~60%가 초기에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양극성 장애로 제대로 진단 받는데 평균 10년 정도가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은 항우울제로 호전되지만 양극성 장애는 우울삽화에서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경우 주기가 빨라지거나 (경)조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어서 오히려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양극성 장애는 만성적인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기간을 우울증상으로 보낸다. II형의 경우에는 감정의 기복이 흔히 동반된다. 자연히 학교, 가정, 직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아직까지 양극성 장애의 우울삽화에 명확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약물도 극히 제한적이다.

이렇게 보면 주요우울증 (단극성 우울증,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우울증)에 비하여 양극성 우울증은 복잡하고,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우며, 경과나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기 발견, 정확한 진단, 적절한 치료가 더욱 필요하다.

임상 양상·경과 및 진단

사례) 이 모씨는 30대 중반의 주부이다. 자신의 성격이 다소 완벽주의적이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고 하였다. 2년 전 동네 주부들과 다툼이 있으면서 분노와 집착으로 우울감에 시달렸고, 전과 다르게 성격이 예민해지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정신과를 방문하여 주요우울증으로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금방 좋아지는 듯 하였으나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였으며 4달 전부터는 기분의 변동이 이전 보다 더 심해져 일주일에도 몇 번씩 기분이 좋아졌다가 우울해졌다를 반복하였다고 한다. "

이씨는 우울증상이 시작되면 우울감과 함께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예민해져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밤이 되거나 혼자 있으면 기분이 다운되고, 많이 먹게 된다고 한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기 싫고 자꾸 잠만 자고 싶고, 팔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을 정도가 되어서 결국 집안 일과 아이 문제에 소홀해 진다고 한다. 짜증, 신경질이 늘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격적이 되고 결국 가족들하고 사이가 나빠지고 대인관계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동창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쇼핑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집에 들어오면 다시 우울해지고 쳐지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과거력을 자세히 청취해 보니 십대후반부터 친구들에 비하여 멜랑콜리하고 감정적이었다고한다. 처음 대학 입학하였을 때는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학원도 여러 개 동시에 등록해서 듣기도 하고, 잠을 적게 자도 피곤하지도 않고 의욕적이고 활동적이어서 자신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스스로 놀라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후 대학시절 동안 우울증을 수차례 겪었으나 심하지는 않아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가족력상 어머니가 산후 우울증이 심하였고 현재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잘 호전되지 않고 이씨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양극성 장애 II형의 진단을 받았다. 이전에 복용하던 항우울제는 중단하였다. 기분조절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하였으며, 2∼3개월 치료 후에는 전반적인 기분상태가 안정되었고 짜증과 우울도 많이 호전되었으며, 가족들과의 관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양극성 장애의 우울삽화에서도 일반적인 우울증과 같은 증상들이 주로 나타난다.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하며 집중,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생각도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된다. 재미, 흥미, 의욕이 모두 저하되며 식욕이 없고 불면에 시달리기도 한다.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해진다.

주요우울증과 비교할 때 양극성 장애의 우울삽화가 가지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우선 양극성 장애에서는 많이 먹거나 많이 자는 비전형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주요우울증보다 더 흔하다. 기분 반응성이 있어서 우울한 중에도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나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반짝하고 기운을 내거나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관련이 있다든지 나에게 해를 입힐려고 한다든지, 환청이 들린다든지 하는 정신병적 증상도 주요우울증 보다 더 흔히 동반된다.

양극성 장애는 병력상 우울증이 10대나 20대 초반 등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자주 재발하며, 갑자기 심해졌다가 갑자기 호전되며 기간도 1∼2개월 정도 혹은 그 보다도 짧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산후 우울증이나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하게 지나간다는 보고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비해서 주요우울증은 30대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서서히 심해지고, 기간이 대개 수개월 이상이며 대체로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 항우울제 치료를 받으면서 급격히 증상이 호전되었으나 효과가 지속되지 않았다거나, 여러 항우울제로 치료 받았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면 양극성 우울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항우울제 치료중 경미하게라도 경조증이 나타났다면 이는 양극성 장애로 봐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특히 부모, 형제 등 가까운 집안에 양극성 장애가 있거나 집안에 우울증 환자가 여럿 있는 경우라면 양극성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양극성 장애는 다른 정신과적 질환이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나 강박증 등 불안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알코올 남용이나 식이 장애, 쇼핑 중독 등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주의력결핍이나 행동과다, 적대적 반항장애 등의 청소년 문제나 히스테리, 자기도취, 경계선 인격장애 등 성격적 문제가 동반되기도 한다. 일부는 기분 증상이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고, 양극성 장애의 결과, 즉 합병증으로서 이런 문제들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자살이다. 미국의 보고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 환자의 약 1/3이 일생 중 한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다고 하며, 실제 자살로 인한 사망률도 양극성 장애 환자의 10~15%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일반 인구의 약 15내지 20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다른 어떤 정신과적 질환보다도 높은 사망률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조증 상태보다는 우울삽화에서 자살의 위험성이 더 높으며, 혼재성(우울증상과 조증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심한 상태)이나 초조성 우울증의 경우에는 자살의 위험도가 훨씬 더 증가된다. 양극성 우울증 환자는 주요우울증 환자보다 충동적인 경우도 더 많아서 더욱 그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치료

일반적으로 양극성 장애의 치료는 주요우울증의 치료보다 어렵다. 양극성 장애 중에서도 우울삽화의 치료는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 치료보다 까다롭고 어렵다.

양극성 장애의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이다. 일단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라면 정신치료, 인지 치료 등으로는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약물치료의 원칙은 (경)조증 때나 우울삽화 때나 같은 약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리튬, 발프로에이트, 카바마제핀 등 전통적인 기분조절제나 최근 양극성 장애에서 치료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비전형 항정신병약물 모두 조증에서 치료 효과를 인정 받고 있으며, 조증 때보다는 못하지만 우울삽화에서도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그 효과가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라모트리진이라는 약물이 양극성 우울증에서 새롭게 효능을 인정 받고 있다.

양극성 장애의 치료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항우울제의 사용여부이다. 한쪽에서는 마땅한 치료 약물이 없는 형편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항우울제를 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양극성 우울증에서 항우울제의 효과는 의문시 되는 반면 (경)조증을 유발하거나 주기를 단축시키는 등 경과를 악화시키는 위험성은 다분히 높기 때문에 항우울제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양쪽 모두 기분조절제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항우울제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극성 우울증에서 항우울제의 사용은 개개환자의 병력과 증상의 심각도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득과 실을 분명히 비교하고 환자와 상의한 후 사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으로 생각된다.

현실적으로 양극성 장애의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유지치료라고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조증과 우울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유지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하거나 재발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였거나 가족력이 뚜렷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장기 유지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단 회복되고 나면 ‘기분 변화는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것 아니냐, 병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병은 틀림 없지만, 이제 호전되었으니 약의 도움 없이 혼자서 조절해 보겠다’면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질병의 특성과 장기 유지치료의 필요성 등의 교육을 병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장기 유지치료를 하건 하지 않건 재발의 초기 증상을 교육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양극성 우울증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나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여 생활리듬을 잘 유지해 주고, 낮에 햇볕을 많이 쬐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며,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권장된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양극성 장애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져서 이 어려운 병이 보다 잘 관리되는 날이 빨리 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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