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비수도권 정원 조정 효과② 인기과vs기피과
내·외·산·소 지원자 수도권 집중…비수도권 미달
피·안·성 정·재·영 비수도권도 지원자 늘어

정부는 지역 의료 인력 확보 차원에서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늘렸지만 그 효과는 ‘인기과’에 집중됐다. 비수도권은 지원자들이 인기과로 쏠리면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자를 찾지 못하는 병원들이 속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를 공개하며 “전년 대비 지역 전공의 정원을 확대함에 따라 비수도권 지원자도 대폭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차원에서 전공의 모집 결과 공개는 이례적이다.

실제로 2023년도 상반기 전공의 전기모집 당시 비수도권 지원자는 1,140명이었지만 2024년도에는 1,298명으로 158명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과목별로 분석해보면 희비가 엇갈렸다.

전체 지원자에서 필수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28%로 전년도(29%)보다 줄었으며 인기과는 28%→29%로 더 늘었다. 필수의료 분야인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으로 더 많이 몰렸다. 인기과인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 비수도권 인기과 전공의 정원이 늘면서 지원자도 늘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이후 진행된 2024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는 수도권에 더 많았으며 비수도권은 인기과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이후 진행된 2024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는 수도권에 더 많았으며 비수도권은 인기과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외과 지원자 25명 늘었지만 24명이 수도권…비수도권만 미달

가장 많은 전공의를 뽑는 내과는 전년도보다 정원을 늘려 이번 전기모집에서 622명을 선발한다. 지원자는 657명으로 모집정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수도권은 지원율 113.5%로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지만 비수도권은 266명 모집에 253명만 지원해 95.1%로 미달됐다. 내과 전공의 정원 미달인 수련병원 12곳 중 10곳은 비수도권 소재였다(관련 기사: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늘었지만 내과조차 ‘미달’).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25명이나 증가한 외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증가한 지원자 25명 중 24명은 비수도권이 아닌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을 택했다. 이에 수도권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100.8%로, 모집정원 123명보다 지원자가 1명 더 많았다. 반면 비수도권은 72명 모집에 39명만 지원해 54.2%로 미달이었다. 청년의사가 전공의 모집 마감 날인 지난 6일 외과 전공의를 뽑는 수련병원 58곳을 조사한 결과, 30곳이 미달이었으며 이중 66.7%인 20곳이 비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이었다.

외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수도권 54.3%, 비수도권 45.7%로 조정했지만 이번 모집에서 지원자의 76.1%가 수도권으로 향했다. 수도권을 택한 지원자 비율은 전년도(72.5%)보다 증가했다.

산부인과는 내·외·산·소 중 유일하게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줄었다. 산부인과 전체 지원율은 67.4%로 전년도(71.9%)보다 떨어졌다. 산부인과는 수도권 기본정원(별도 제외) 16명을 줄여 비수도권에 배정했다. 하지만 산부인과를 지원한 122명 중 77.0%는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을 택했다.

산부인과는 수도권 전공의 119명 모집에 94명이 지원(79.0%)했으며 비수도권은 62명 모집에 28명(45.2%)이 지원했다. 비수도권은 전년도(25명)보다 지원자가 3명 늘었으며 수도권은 14명(108명→94명) 줄었다.

보건복지부 자료 분석
보건복지부 자료 분석

소청과 지원자 20명 늘었지만 지원율 25.9%
학회 “정원 줄인 착시효과…지방 비율 조정 의미 없어”

소아청소년과는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20명이나 늘었다. 지원율도 25.9%로 전년도(16.3%)보다 9.6%p 증가했다. 하지만 임상 과 중에는 가장 낮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늘면서 비수도권 수련병원을 선택한 의사도 2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수도권 지원자는 이보다 더 많이 늘었다. 이번 모집에서 수도권 소청과 지원자는 45명으로 전년도(31명)보다 14명 증가했다.

복지부는 소청과 지원자 증가를 두고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학회는 정부 정책 효과를 논하기에는 지원자 자체가 너무 적다며 “착시효과”라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정부 지원 대책 효과가 일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원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는지는 미지수”라며 “올해 기본정원을 185명으로 전년도보다 10% 정도 감축했기에 지원율만으로 보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착시효과”라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 조정 정책도 효과가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전체 지원율이 5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지원 대책은 없고 비율만 조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지원율 반등을 말하려면 최종 지원자 절대 숫자가 2023년도 53명 대비 적어도 50% 이상 증가해 80명 이상은 돼야 의미를 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인기과 쏠림 심화…피·안·성 정·재·영 지원자 늘어

인기과는 수도권 쏠림이 완화됐다. 반대로 비수도권은 인기과 쏠림이 심화됐다. 비수도권에 배정된 정원이 늘면서 지원자도 같이 늘었다.

피부과는 72명 모집에 103명이 지원해 지원율 143.1%를 기록했다. 전년도(158.6%)보다는 떨어졌지만 수도권(161.0%)과 비수도권(119.4%) 모두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수도권 피부과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15명 줄었지만 비수도권은 7명 늘었다.

전체 지원율 172.6%를 보인 안과는 수도권 지원자는 줄고 비수도권 지원자는 늘었다. 비수도권은 47명 모집에 70명이나 지원(148.9%)했다. 전년도보다 비수도권 모집정원은 4명 줄었지만 지원자는 9명이 늘었다. 정원을 줄인 수도권은 경쟁률이 더 높았다. 수도권 안과는 59명 모집에 113명 지원(191.5%)해 2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성형외과도 여전히 인기였다. 성형외과는 총 73명 모집에 121명이 지원(165.8%)했다. 성형외과는 전년도보다 수도권 지원자가 더 늘어 44명 모집에 86명이 몰렸다(195.5%). 비수도권은 29명 모집에 35명이 지원했다(120.7%).

정신건강의학과는 지원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과였다. 정신과는 142명 모집에 254명이나 지원했다.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41명 더 늘었다. 수도권 경쟁률은 평균 2대 1 이상이며 비수도권도 1.4대 1을 기록했다. 비수도권은 정신과 정원이 5명 늘었지만 지원자는 17명이나 늘었다.

재활의학과도 수도권 지원자는 줄고 비수도권 지원자가 늘었다. 재활의학과는 총 102명 모집에 162명이 지원(158.8%)했다. 특히 비수도권은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10명 늘어 45명 모집에 67명이 지원했다. 수도권은 오히려 지원자가 13명 줄어 57명 모집에 95명이 지원했다.

영상의학과도 마찬가지였다. 영상의학과는 총 158명 모집에 224명이 지원(158.8%)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특히 비수도권은 전년도보다 모집 정원이 26명 늘었으며 지원자도 28명이나 더 늘어 71명 모집에 89명이 지원했다. 수도권은 지원자가 줄었지만 정원도 함께 줄면서 지원율은 157.0%로 전년도(153.8%)보다 올랐다.

“확보할 수 있었던 전공의도 놓쳤다” 정원 조정 강행 비판

이같은 전공의 모집 결과를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정책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55대 45라는 숫자에 매몰돼 수련교육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아주대병원)는 “필수의료 분야라고 생각되는 과들은 결국 미달됐다. 비수도권 인기과 정원도 함께 늘면서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는 오히려 줄었다”며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 문제가 아니라 그 과 전공의를 총 몇 명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정원 비율을 조정하면서 확보할 수 있는 전공의도 놓치는 사례들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을 55대 45에서 40대 60까지 조정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멈춰야 한다”며 “정원 조정으로 전공의가 줄어들어가 사라진 수련병원은 주니어인 교수들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둘 수밖에 없다. 현재 의료 환경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번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빅5병원 같은 대형병원이 아닌 다른 대학병원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