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정합의 과정 젊은 의사들과 갈등
"공동 전선 불가" 목소리 속 깊어지는 고민

최대집 전 회장이 대한의사협회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저지 투쟁 선봉에 섰지만 젊은 의사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20년 8월 7일 여의도에서 열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에서 연대사를 하는 최 전 회장 모습(ⓒ청년의사).
최대집 전 회장이 대한의사협회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저지 투쟁 선봉에 섰지만 젊은 의사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20년 8월 7일 여의도에서 열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에서 연대사를 하는 최 전 회장 모습(ⓒ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가 최대집 전 회장을 투쟁 선봉에 세웠지만 젊은 의사 참여까지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유감을 표했고 젊은 의사들은 "덮어놓고 갈 수는 없다"고 한다.

최 전 회장은 의협이 설치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범대위)' 투쟁분과위원장이다. 범대위는 지난 3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저지를 위한 투쟁 로드맵을 공개했다. 전국 의사 총파업 여부도 투표에 부친다.

최 전 회장은 9·4 의정합의 체결 과정에서 대전협 등 젊은 의사들과 갈등을 빚은 당사자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은 "대화와 소통 부족" 때문이라며 같은 일은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관련 기사: ‘강성 의협’ 전면 선 최대집 투쟁위원장 “2020년과는 다르다”).

의협 집행부도 젊은 의사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나서길 바라고 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지난 4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국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집행부가 의료계 구성원에게 행동을 강권하거나 강제할 생각은 없다. 젊은 의사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며 함께 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젊은 의사 참여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필수 회장도 대전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지난 3일 회의에서는 최 전 회장이 젊은 의사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으로 범대위 활동 과정에 (젊은 의사와) 접점도 더 생기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전협과 의대협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전협 박단 회장은 이날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최 전 회장 합류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의협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전공의마다 시각이 다르겠지만 (지난 2020년 단체행동) 당시 (상황이) 매끄럽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의협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총파업까지 상정한 의협 투쟁 로드맵에 함께할지를 두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듣지 못했다. (참여 여부는) 대전협 내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의협과는 계속 소통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전공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안협의체를 포함해 복지부와 자주 만나고 있다. 복지부도 젊은 의사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공동 전선 불가" 하지만 좁아진 운신 폭…고민하는 젊은 의사들

9·4 의정합의 과정에서 최대집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과거를 덮고 갈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당시 최 전 회장(왼쪽)의 합의 체결 모습(ⓒ청년의사).
9·4 의정합의 과정에서 최대집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과거를 덮고 갈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당시 최 전 회장(왼쪽)의 합의 체결 모습(ⓒ청년의사).

젊은 의사 사회 여론도 부정적이다. 의협은 젊은 의사 투쟁을 "강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이 합류하고 정국이 경색되면서 대전협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서울 지역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A씨는 "투쟁 구심점이나 분위기가 잡혔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부 갈등 여지만 준 거 같다. (정부와) 협상 여지도 더 줄었다고 본다.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 위원장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 결정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정부 투쟁'에 '반정부 인사'가 합류했는데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전남 지역 영상의학과 전공의 B씨 역시 "(대전협 등 젊은 의사) 운신 폭이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최 전 회장이나 이 회장) 개인은 잃을 게 없어도 의료계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전보다 투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으니 뚜렷한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의사들은 의협과 대전협이 충돌한 '과거'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수도권 지역 외과 전공의 C씨는 "의협은 앞으로도 대응을 강조하면서 덮고 가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다수 젊은 의사가 지난 2020년 문제 당사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최 전 회장은 '결자해지'를 위해 나왔다고 한다. 그럼 젊은 의사 사회를 향해서도 더 분명한 제스처를 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신분으로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D씨는 "현실적으로 단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최 전 회장 합류로) 공동 전선은 불가능해졌다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고 했다.

D씨는 "지난 2020년 당시 의협과 대전협 관계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면서 "결국 젊은 의사 움직임은 대전협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협과 협조하자고 총의를 모을지 아니면 (최 전 회장 합류에 의견이 갈리는) 현 상황을 수용하고 그다음을 생각할지는 온전히 대전협 결정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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